소액주주 “상폐 취소 또는 대주주와 같은 주식교환 요구”

타임월드 “백화점 사업 집중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 위해”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로부터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헐값에 빼앗기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대주주들이 자사주를 대거 매입해 기업구조조정 단계에서 지분구조를 왜곡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소수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상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소액투자자들의 권리에 따른 이익을 대주주가 편취하게 하도록 방치한 결과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논란의 원인과 그 해결방법을 고민해 본다.<편집자주>


한화갤러리아가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식의 공개매수와 자진상장폐지를 시도하면서 소액주주들과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계열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완전자회사화 추진을 위해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있다.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2만6000원이며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타임월드의 대주주는 한화갤러리아로 69.4%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자기주식 1.7% 이외 나머지 28.9%를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타임월드의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를 만든 후 내년 1월 주주총회를 거쳐 3월 상장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경영효율적 측면에서 고려 … 소액주주 보상 만전” = 한화갤러리아는 타임월드의 완전자회사 추진에 대해 경기둔화 및 유통시장 위축 등 악화된 경제상황에서 중장기 백화점 사업 집중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타임월드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중장기 백화점 사업 강화 및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대전 지역의 급격한 상권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신속 대응 및 경영 활동의 유연성, 상장사 유지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갤러리아는 공개매수를 전개하지 않더라도 현금교부 포괄적 주식 교환만으로도 타임월드를 100% 자회사화할 수 있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소액주주를 위한 공개매수를 먼저 추진하고 나중에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는 것은 소수주주의 보호 및 보상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매수 가격 또한 관련 법령과 자문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개매수 기간 역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통상적인 업계 공개매수 기간(20일)보다 일주일 가량 기간을 늘려 27일간 진행한다. 이후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수지분에 대해서는 현금교부 방식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타임월드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은 ‘현금교부 주식교환 가격’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높다”며 “소수 주주는 공개매수에 응할 시 시가보다 높은 공개 매수가로 보상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개매수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워런트도 포함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워런트 투자자에게 환금성 제공을 위해 보통주 프리미엄과 동일한 할증률을 워런트에도 적용해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실패로 인한 주가하락 손실은 고스란히 소액주주가” =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은 그동안 손해를 만회할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때 22만원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면세사업으로 폭락하며 현재 2만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 입게 된다는 지적이다. 백화점 사업을 하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7월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면세점 사업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한화 그룹 내에서도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증권사들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목표주가를 20만원까지 올려 잡았다. 당시 평균 5~6만원대였던 주가는 실제로 22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많은 주주들이 이때 회사의 자산가치와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 그러나 이후 면세점 경영 실패와 시장 경쟁 심화로 3년간 큰 손실이 났고 주주들이 입은 피해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타임월드가 적자 사업인 면세점을 정리하자 이후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만을 기다리던 소액주주들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표현햇다. 이들은 즉각 상장폐지 관련 소액주주 대책위원회를 꾸려 회사가 정한 공개매수 가격과 상장폐지 결정 등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대책위는 “면세점 사업을 정리한 뒤 4분기부터는 실적 증가가 확실시 됐던 상황인데, 회사는 이러한 시기에 특별 이사회를 실시해서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며 “사측은 소액주주들의 손실은 외면한채 헐값에 나머지 주식을 모아 대주주의 이익극대화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멈추거나 현금지급이 아닌 주식교환을 원했다, 이들은 “사측이 경영효율성 재고를 위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2022년까지 매출 4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피눈물이 난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상장폐지를 멈춰주거나 우리 소액주주들도 회사와 똑같이 헐값의 현금지급이 아닌 주식교환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상법 이사의 선관의무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해야 =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일반투자자들의 권리, 혹은 권리에 따른 이익을 보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오랜 동안 지적되어 왔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이슈 중 하나다.

그동안 대주주들의 자진상폐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소외당한다는 지적은 여러번 지적됐다.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여 상장폐지를 한 기업들 때문에 주식을 헐값에 넘긴 소액주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일반투자자의 권리에 따른 이익(경영권은 회사 자산으로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배분되어야 함)을 지배주주가 편취하게 하고있다”며 “많은 일반주주들이 지배주주에게 돈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고, 이것 때문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상법 이사의 선관의무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기업 인수합병에서 지배주주를 포함한 소액주주들도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이사의 선관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주주에 비해 지배주주가 훨씬 높은 가치를 누리고, 이로 인해 사익편취 및 부의 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지배주주만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주주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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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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