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최근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B백화점에서 화장품 등을 구입했다. 덕분에 A는 화장품의 샘플들과 함께 백화점 다이어리를 받게 되었다. 이 다이어리는 연말까지 백화점에서 일정금액 이상 결제해야만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상품으로 별도로 제작된 한정품이었다.

그러나 A에겐 이미 다이어리가 있고, 시험 삼아 사용해본 화장품은 피부에 맞지 않았다. '비매품'으로 받은 제품들이 모두 쓸모없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A는 SNS검색을 통해 백화점의 한정판 다이어리와 화장품 샘플들을 구매하고 싶다는 글들을 보게 되었다. 이에 A는 화장품 샘플과 다이어리를 인터넷으로 판매해볼까 한다.

'비매품'이란 제조사나 판매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거나 소비자가 시험사용을 해볼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용기나 포장에 비매품이라는 글씨가 눈에 잘 보이도록 표시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비매품이라고 하면 화장품 본품과 내용물은 동일하나 소포장된 상품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품과 관련된 캐릭터상품이나 머그잔, 텀블러, 다이어리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소비를 유도하는 '미끼'로 비매품이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비매품들은 단순히 '덤'을 넘어 '수집'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정 비매품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가 하면, 온라인 등을 통해 웃돈을 주고라도 비매품을 구매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매품을 거래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비매품은 제조사 등이 임의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정한 상품일 뿐 법적으로 판매나 나눔이 금지된 제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소유하게 됐거나 유통이 금지된 물건이 아니라면 소비자는 원하는 대로 자신이 받은 비매품을 처분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비매품의 경우 법적으로 판매에 제한이 따르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화장품 샘플은 이를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와 판매사까지 '화장품법' 제16조에 따라 판매 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보관이나 진열이 모두 금지된다. 만약 이를 어기는 경우 적발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판매를 위해서는 판매자가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거나 영업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의약품 판매의 경우에는 약사자격증이 필요하고, 식품이나 컵, 쟁반, 그릇 등을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식품영업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판매 전 품질안전검사를 통해 안전인증(KC인증)이나 안전확인 등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시판 전 안전인증이나 안전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한 제품이지만 아직 그러한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용으로 제작돼 제공된 비매품은 함부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

A가 받은 비매품들 중 'B백화점의 다이어리는 재판매 불가' 등 특별한 약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A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가격을 붙여 다이어리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샘플을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화장품법에 따라 화장품 샘플의 판매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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