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는 1주당 3600원, 보유가치 27%만 보상받아

안산지방법원 “3.68배 가치 인정 … 주주에 9억원 배상”

태림페이퍼의 대주주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지난 9월 태림포장(60.5%), 태림페이퍼 및 태림판지(100%)의 경영권 지분을 세아상역에 매각했다. 2015년 태림포장그룹을 인수한지 약 4년 반 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M과 세아상역은 지분 매매를 위해 기업가치를 1조원 상당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채와 거래 비용 등을 제외하고 IMM이 순수하게 확보한 이익은 6000억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투자 4년여 만에 기업 가치를 두 배 가량 불리며 ‘투자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한국의 법과 제도, 소액주주들의 피눈물이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로부터 자신이 보유한 주식가치의 약 27% 가격으로 자기 재산을 강탈당했고 현금자산이 풍부한 한 기업이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상장폐지 및 고가 배당으로 연결하면서 소수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대표적 사례다.

◆3600원 대 1만3261원 = 코스피 상장사였던 태림페이퍼는 2015년 최대주주였던 정동섭 태림포장그룹 회장이 돌연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 IMM PE에 매각한다. 경영권을 쥔 IMM은 2개월 뒤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1주당 3600원에 소수주주가 보유한 27.64%를 매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매수가는 공시일 종가보다 32%, 1개월 전 평균가 보다 41% 정도 높았다.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2차 자사주 매입을 통해 IMM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95.12%로 끌어올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을 충족시켰다. 매입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더 낮았다. 계획대로 지분을 확보한 IMM은 2016년 6월 상장폐지를 결정, 주주총회를 거쳐 8월에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하지만 상장폐지 이후에도 1주당 가격 3600원에 반발해 버틴 일부 소수주주(0.8%)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태림페이퍼는 2017년 11월 상법상 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 상법에 따르면 소액주주가 매매금액(3,600원)을 수령하지 않더라도 지배주주가 이 금액을 공탁하기만 해도 주권은 무효가 된다. 소액주주들은 또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라 2개월 이내에 지분을 팔아야한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당시 가격이 실제 주식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태림페이퍼의 1주당 적정가격은 1만3261원이라고 결정했다. 최대주주 트리니티원이 제시한 1주당 3600원의 3.68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원이 산정한 가격에 공개매수가 이뤄졌다면 일반주주는 970억원 상당을 더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6월말 소액주주 지분 전부를 매입 완료했다. 이후 3분기 결산과 함께 배당을 주당 4311원(배당성향 92.5%)으로 결정, 600억원이라는 막대한 배당액을 모두 지배주주에게 IMM에게 지급했다. 태림페이퍼의 2013년과 2014년 배당성향은 각각 12.3%, 17%에 불과했고 2015년부터 2017년에는 아예 배당이 없었던 점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 IMM은 2015년5월 태림페이퍼 지분 34.5%, 태림포장 지분 58.8%를 각각 736억원(주당 5천300원), 2천755억원(주당 6천600원)에 매입했다. 코스피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가격보다 91%, 83% 할증된 가격이었다. 그런데 IMM은 일반주주(지배주주가 아닌 소액주주, 상법상 소수주주) 지분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에 주요 자본거래시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영권까지 이동하는 M&A 당시 일반주주들도 기업의 온전한 가치를 반영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도 모두 같은 주주라는 점에서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훈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의 법체계로는 사측의 일방적인 합병, 분할, 자진 상폐, 지주사전환 등의 결정에 손실을 입고서도 소송조차 적극 제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상법상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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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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