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공동재산 자사주 지배강화 악용 안 돼

거래소, 비지배주주 다수결제도 도입해야


자사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 보유한 것으로 주주 공동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자사주의 마법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지배주주 다수결제도를 도입해 일반주주를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진상장폐지 시도 =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시도하는 등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트라스비엑스는 2016년 3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발표하고, 그 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58.4% 매입했다. 하지만 10% 이상의 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과정으로 지분을 독차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아트라스비엑스는 2016년 6월 58.4%의 자사주를 매입한 직후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만에 주당자기자본 즉, 주당주주가치는 5만1655원에서 9만190원으로 75% 상승했다. 하지만 주당배당은 2015년 700원(배당성향 12%)에서 2019년 400원(배당성향 3%)으로 축소됐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운용 대표는 “다수의 소수주주들은 소중한 재산을 대주주에게 헐값으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사회 이사진에게 자사주 소각, 배당확대 등 요구를 지속해 왔으나 이를 묵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아트라스비엑스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공개매수 당시 가격은 주가대비 20% 이상을 더 보탠 것”이라며 “2차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뒤 3차 공개매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현재로선 상폐를 위해 회사차원에서 별도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4월 말 자진상폐 시 기업의 자사주를 지분 산정에서 뺀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실시하면서 현재 지분만으로는 자진상폐가 힘든 상황이다.

◆감사위원 선임 실패 = 아트라스비엑스는 주식 공개매수 가치에 대한 논란 뿐만아니라 감사위원 선임마저 잇따라 실패하며 주주 간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아트라스비엑스 는 2018년 정기주주총회 때부터 기존 이호석 감사위원의 재선임과 주현기 사외이사의 신규 감사위원 선임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사외이사 선임에만 성공했고, 감사위원 선임은 번번이 실패했다.

소수주주들은 당시 자신들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대주주가 다수의 소수주주를 상대로 약 2000억원을 편취할 수 있게 만든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수주주들은 비록 자신의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사측의 감사위원 후보 2인을 큰 표 차로 부결시켰다. 이들은 이호석 이사가 2016년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자진상장폐지 절차에 관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선관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상폐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액주주 피해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진행된 아트라스비엑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감사위원 선임과 중간배당 도입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사측이 앞서 이호석, 주현기 사외이사를 감사 후보로 제안했지만 밸류파트너스를 포함한 소주주주들의 반대로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주주 가치 제고 명목으로 밸류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중간 배당 도입도 이날 끝내 부결돼 주총은 아무런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회사 측이 제안한 두 명의 사외이사 선임이 좌절되면서 감사위원은 향후 모두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일하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돼 활동 중인 임방희 감사위원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임방희 감사위원의 재선임이나 후임자 신규선임 모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다. 김봉기 대표는 "주주들이 반대한 감사위원들이 제도적 맹점 등으로 인해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거래소 규정상으로는 감사위원 공석에 대한 제재가 있지만,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을 경우 기존 감사위원이 권한을 유지하도록 한 상법 규정으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현재 아트라스비엑스의 감사위원회는 ‘임시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호석 감사위원은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규정에 따라 권리 및 의무가 연장·유지되고 있고, 주현기 사외이사는 법원에 의해 일시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상태다. 주주들이 거부한 두 감사위원 후보자 모두 현재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아트라스비엑스 관계자는 “감사위원직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고려해 추천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현행 법률에는 감사위원 선임이 주총에서 부결된 이후 기존 감사위원이 갖는 권한 범위에 대해 규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사 선관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포함 … MoM 제도 도입해야 =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자사주는 취득, 처분, 구조조정 각 단계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에 충실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각 의사 결정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막강해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엔 이런 거래에 대해 이사의 선관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가 포함되어 있어,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와 이해상충 시 쌍방대리를 통하여 일반주주 돈을 빼앗아 가는 것이 원천봉쇄 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상황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밸류파트너스 운용은 “쌍방대리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주주를 대표하여 지배주주와 협상을 대신하는 외부독립가치평가법인을 선정하여 가치평가 결과가 지배주주와 가격 협상에 반영될 수 있는 절차도입이 필요하다”고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를 헐값에 축출하기 위해 거래의 타이밍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자진상장폐지 기간을 공개매수 선언 후 1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거래소 규정에 비지배주주 다수결제도(MoM)를 도입해 일반주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자진상장폐지와 같은 일반주주와 지배주주간 이해충돌 안건이 발생하거나 혹은 일반주주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내부거래 등의 안건이 있을때 주주총회를 통해 지배주주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의결권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의결권의 과반수를 획득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홍콩, 인도, 이스라엘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상법개정과 같이 국회 의결 없이도 금융위원회의 권한으로 변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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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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