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효율화 한다면서 배당 독식”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한 후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스스로 증시를 떠난 기업들이 대주주를 위한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런 사례가 끊이지 않자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낮은 주식가격으로 자신의 주식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 자진 상장폐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후 매년 실적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저배당정책을 고수하는 기업도 있어 소액주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자진상장폐지신청을 위한 최소지분율은 95%다.

◆토지가치 반영하지 않은 헐값에 공개매수 = 서울 강남지역 도시가스서비스업체인 코원에너지서비스는 1978년 7월에 설립되어, 1995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2012년 8월 최대주주인 SK E&S(지분 82.24% 보유)는 주식의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신청하기로 하면서 거래소에서 주당 3만7000원(시가총액 3590억원)에 주식을 공개매수(공시 전 1개월 가격 대비 21.5% 프리미엄 가격)했다. 2012년 말 주당 장부가격 5만7790원의 0.64배 가격이다.

그런데 당시 주당 장부가는 역사적 원가로 기록되어 있어 매우 저평가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원에너지서비스는 강남구 대치동 27-1외 3필지 약 1만5325평 등 토지 장부가를 2011년 말 2319억원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주당 장부가격을 시가로 재산정할 경우엔 토지가치만 당시 시가총액 3,590억의 4.3배(평당 1억원 가정), 8.5(평당 2억원 가정), 12.8배(평당 3억원 가정)나 높다”며 “토지 등 기업내재가치를 반영했다면 일반주주가 받아야 할 가격은 5배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기업가치(내재가치)가 100인 상장사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는 그 가치의 10% 만큼 보호받아야한다는 것이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라며 “공개매수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니라 기업의 내재가치에 기반해 결정해야 제대로 주주의 몫이 분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 E&S 관계자는 공개매수 당시 토지가치는 충분히 반영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코원에너지 부지 약 1.5만평의 2011년 재평가 금액이 2319억원”이라며 “올해 현 공시지가보다 높이 평가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후 2014년 배당성향 756% = 코원에너지서비스 주식을 가지고 있던 소액주주들이 더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대주주인 SK E&S가 자진 상장폐지를 한 후 폭탄배당을 한 점이다.

코원에너지서비스는 2014년 배당금액을 현금 1300억원, 주식 1300억원으로 총 2600억원어치 실시했다. 2012년 77억5600만원이던 보다 배당금액은 33.5배 급증했다. 현금배당성향은 상장폐지 전 34%에 불과했지만 상장폐지 후 756%에 달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SK E&S가 에너지 계열사를 잇따라 자진 상장폐지 배경으로 회사 측은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고 강조했지만 배당을 독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 E&S는 당초 지분율이 많아 의사결정 과정에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며 “도시가스 사업의 특성상 현금 창출과 함께 배당이 높아 외부 주주들에게 배당을 나눠주는 것보다 최대주주가 다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SK E&S 관계자는 “2014년 일시적인 배당 증가는 당시 하남열병합발전 사업을 추진하던 코원이 모기업인 SK E&S에게 사업을 양도하면서 코원이 당초 발전사업에 투자하려던 유보금을 SK E&S에 배당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현금배당 1300억원 중 1000억원을 바로 출자했기 때문에 폭탄 배당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도시가스, 소액주주와 갈등 중 = 부산도시가스의 대주주이기도 한 SK E&S는 2013년 11월에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를 진행하려다 실패했다. SK E&S는 주당 3만7500원의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하고자 했지만 약 23%의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본질 가치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부산도시가스 소액주주들은 코원에너시서비스 사례 등을 보면서 적극적인 반대활동에 나선 것이다.

그 이후에는 회사측의 저배당정책이 문제다. 2013년까지 주당 1000원이던 배당이 공개매수 실패 후 2014년부터 갑자기 500원으로 줄어들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산가스의 재무구조는 매우 우량하며 매년 당기순이익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부산도시가스는 무차입경영에 현금보유액만 자회사까지 포함 2000억원에 육박하는데 노골적인 쥐꼬리 배당으로 오랜 기간 소액주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결국 소액주주들이 자진해서 나가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모임은 SK그룹 측에 “SK가 표방하는 주주친화 경영과 자회사의 배당정책은 너무 큰 괴리를 빚고 있다”며 “50% 내외의 배당성향이 없다면 독자적인 감사 선임 등 주주제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 E&S 관계자는 “배당 감소는 최근 도시가스업의 시장이 포화되면서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를 많이 진행, 배당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부산도시가스는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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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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