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 …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제도화 필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기업분할, 자진상장폐지, 지주회사 전환, 자사주 공개매수 등 주주의 이해가 엇갈리는 자본거래에 있어 모든 결정을 지배주주와 지배주주가 선임한 이사가 주도하고 있다. 또 거래의 가격을 유통시장의 시가에 100%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M&A 등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하는 거래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상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증시에 따라다니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전문가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은 차별없이 보호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를 위하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바꾸어야 하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증시 호황, 주주이익 보장에서 비롯” = 24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자본시장의 호황은 이사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을 차별 없이 보호해야한다는 비례적 이익 보호의 정신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의 경우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최선을 다해 보호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있다.

예를 들어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가액 결정은 미국의 많은 주 법원이 미공개 정보를 포함할 수 있는 계속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983년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Weinberger v. UOP) 판례에서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주식 매수가액 결정은 공정한 가격의 산정을 위해 시장가격을 배제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은 상장회사의 경우 시장주가를 배제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회사측은 일반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한 장치로 주식매수청구권을 내세우나 주식매수청구권에 적용되는 주가는 ‘시가’로 실질적으로 반대주주를 무력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업 경영 시 주주간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 일반주주의 손해를 키우는 경영 결정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 주주는 별개라고 대법원에서 판결한 바 있어 일반(소액)주주가 사실상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미국에선 기업 인수합병에서 지배주주를 포함 소액주주들도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배주주만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주주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주 비례적 이익 보호’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주식투자자 연합회’ 또한 “대주주가 주권의 평등 원칙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우리나라 상법 제382조의3조항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조항을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지배주주의 동의제도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배주주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계열사 간의 M&A, 일정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 비지배주주의 다수의 동의(MoM Majority of Minority)를 받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우려되는 기업 행위에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의 동의를 얻게 하는 규정으로 상법에 도입하거나 거래소 상장규칙에 반영할 수 있다. 그는 “총수일가의 황제경영이나 사익편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것보다 이 제도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 상장규칙과 상법으로, 이스라엘에서는 총수일가로서 임원의 보수에 대해 상법에서 MoM 규칙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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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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