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심판 청구 '3전 4기'

2016년 5명 재판관 위헌의견

소수정당의 국회 입성 문턱을 낮춘 것으로 평가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놓고도 공직선거법은 여전히 비례대표후보자들의 연설과 대담을 못하게 막아놔 소수정당의 선거운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비례대표후보자가 연설이나 대담을 못하게 하는 현 법률은 소수정당의 선거운동을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라며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경우 비례대표를 운동원으로 등록시켜 공개장소에서의 선거운동이나 대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지역구에 후보를 많이 내지 못하는 소수정당의 경우엔 비례대표들이 아예 대외 연설을 통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14일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 79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지역구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 소수정당은 선거홍보물을 보내는 것 외에는 사실상 선거운동이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선거광고는 자금력이 약한 소수정당엔 '그림에 떡'인데다 방송 토론은 국회의원수가 5명 이상인 정당만 허용돼 현행 규정이 소수정당에 크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6년 9명 중 다수 위헌의견 = 비례대표후보자 연설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3번이나 심의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2004년과 2012년에 접수돼 2006년과 2013년에 판결이 내려졌고 2015년에 제기한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2016년 12월 29일에 결론이 나왔다.

2016년 판결에서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등 5명의 재판관은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에게 지역구국회의원 후보자와 달리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 등을 허용하지 않는 연설 등 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수정당 내지 신생정당이 자신의 정강·정책을 알리기 위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법은 극히 일부로 제한된다 할 것"이라며 "정당의 규모와 인지도에 관계없이 유권자를 접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에 의한 선거운동은 후보자의 연설 등을 듣기 위해 일정한 장소로 모이는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후보자가 가정 등에 직접 방문해 유권자를 만나는 호별방문보다 불법이나 과열 양상의 우려가 적어 효율적인 홍보수단이라 할 수 있다"며 "연설 등 금지조항은 기회 자체를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특정지역구에 어떤 정당이 추천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 지역구에 해당 정당 소속의 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자 중에서 연설, 대담을 할 수 있는 사람 1인을 대표 연설·대담자로 등록하도록 한 다음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담을 하도록 한다면 선거분위기를 지나치게 과열하지 않으면서 모든 정당에게 기존의 정치영향력이나 인지도 등과 관계없이 정당을 홍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연설 전면적 박탈, 과잉금지원칙 위반" = 헌법재판관 5명은 결국 "방송연설, 신문광고 등에 할당된 지면이나 참여인원 횟수 시간적 범위 등이 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광고 등의 수단을 고액의 비용을 요하므로 지지율이 낮거나 소속 국회의수가 적고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은 사실상 활용하기 어렵다"며 "연설 등 금지조항은 비례대표후보자의 연설, 대담 기회 자체를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명 중 6명이상이 찬성해야 위헌결정이 내려지므로 5명만 위헌의견에 손을 들어 합헌 결정이 나왔다. 판시문에서는 "연설 등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으로 비록 위헌의견이 다수이긴 하나 헌법소원 인용결정을 위한 심판 정족수에는 미달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했다.

◆달라진 상황 = 3차례의 합헌 판결에도 하승수 위원장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중요한 '선례변경'의 이유로 지목했다. 지난 28일 통과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의견이 의정활동에 반영되고 정확한 민심을 비례대표 선거에 적용된다는 취지를 고려할 때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지난 2016년 결정문에는 "비례대표 선거의 성격이나 방식 자체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으므로 선례를 변경한 만한 사정변경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지만 이번 판결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하 위원장은 헌재가 지난달 28일에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한 부분에 주목했다. 헌재의 과잉금지에 대한 반대입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하 위원장은 "청구한 지 1년여 지났고 선거를 앞두고 있어 조만간 헌재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최근 헌재의 판결을 보면 과잉금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는 부분이 많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소수정당에 너무 높은 국회문턱"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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