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신입사원 A는 입사 후 지금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사B의 요구로 매일 아침 커피를 사다 주고 있다. 커피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해 매번 자신의 돈으로 커피 값을 계산하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일을 가르쳐준다는 명분으로 선임C의 잡무를 떠맡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선임인 D로부터는 이유도 없이 자주 폭언을 들어야 했다. 주변에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지만 누구나 사회생활 중 한번쯤 겪는 일이라며 참으라는 말뿐이다.

지난해 한 간호사가 일명 '태움'이라는 간호사 집단 내의 잘못된 조직문화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발생한 지하철 시설관리직원의 죽음 역시 조직 내 부당한 전출과 과도한 업무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근 시행된 일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 관련조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타인에게 폭언이나 폭행, 따돌림을 하는 경우는 물론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지시하는 등 적정범위를 초과하는 업무지시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당연히 견뎌야 하는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피해근로자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행위로서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는 물론 누구든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해당 신고사실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조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밝혀지는 경우 가해근로자에 대해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피해근로자에 대해서도 조사과정에서는 물론 조사결과에 따라 배치전환이나 유급휴가명령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단 피해근로자에 대한 조치일 경우에는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는 전적으로 사업자에게 일임되어져 있다. 아직 제도시행 초기이고, 회사 등 사조직 내부 문제이기에 공권력 등을 이용한 강제적 해결 보다는 사업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는 취지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를 제외하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상 형사처벌 조항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피해근로자가 가해자근로자에 대해 단순한 사내징계가 아닌 보다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면, 자신이 받은 피해사실에 대응하는 범죄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청구를 별도로 해야 한다.

A는 B 등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해 사업자가 해당 사실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 조사결과 B 등의 괴롭힘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자는 A의 의견을 들어 B 등에 대해 부서재배치나 근무장소 변경, 기타 사내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A가 원하는 경우 A역시 사업자에게 요청해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그 밖에도 A에게 이유없이 폭언을 행사한 D에게는 '폭행죄'나 '모욕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폭언 등으로 인해 A에게 육체적·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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