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명 만든 직원 "여성 투자자라는 의미일 뿐" … 검찰신문조서에 명시 … 검찰, 진실 알고도 왜곡

3개월 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게 이른바 '조국펀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민정수석시절 일가 돈을 모아 조국펀드를 만들고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기소내용을 보면 이런 주장은 사라지고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조범동펀드'에 투자해 각종 범행에 공모했다는 것으로 대폭 축소됐다. 검찰 공소내용이 법정에서 검증되고 있다. 내일신문은 그 과정을 자세히 취재해 진실이 무엇인지 추적 보도한다. <편집자 주>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피이(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의 핵심증거인 이른바 '여회장파일'이 어이없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 등을 통해 다뤄졌던 여회장 관련 보도. 사진 온라인 캡처


정 교수 2차공판에서 이른바 여회장파일을 만든 직원은 검찰신문에서 '파일에 특정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여성투자자라는 의미에서 여회장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이를 정경심이 코링크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해 그 배경에 의문을 낳고 있다.

◆ 코링크 압색 후 언론에 보도 = 이른바 조국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15일 한 언론은 '코링크피이 사무실 컴퓨터에 여회장.hwp 파일이 있고,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투자전에 작성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정 교수가 코링크에서 여회장으로 불렸고, 이것이 코링크의 실소유임을 뒷받침하는 유력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압수한 코링크피이 직원 컴퓨터에 담긴 내용을 언론에 흘려준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따라 '정경심이 코링크에서 여회장으로 불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블로그 등 에스엔에스에 퍼날라져 정 교수가 코링크피이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신빙성 있는 듯이 확산됐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지난 1월22일 정 교수 1차공판에서도 이 파일명을 근거로 들며 "코링크피이 직원들이 정 교수를 여회장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재판부에서 잘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코링크피이에서 여회장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 검찰, 법정서도 "여회장 의미 잘 판단" = 하지만 1월31일 열린 정 교수 2차공판에서 여회장 파일을 만든 코링크피이 직원의 검찰신문조서가 공개되며 검찰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 교수 변호인은 검찰신문조서에 나오는 정확한 파일명은 '증자계약 여회장.hwp'라고 밝혔다. 검찰이 "왜 여회장이라고 했나"라고 묻자, 코링크 직원 이 모씨는 "파일에 특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조범동이 '여성회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여회장이라고 적은 것이다"고 말했다. 조범동이 여회장이 투자하는데 달리 이름을 붙일게 없어서 단지 여성 투자자이기 때문에 여회장이라고 이름 붙인 것일 뿐, 코링크피이 실소유주라는 주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코링크피이 실소유주라는 핵심증거물인 여회장파일이 검찰에서 제시한 진술조서에 의해 부인된 것이다. 정 교수 변호인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더욱이 검찰은 당사자를 조사해서 단지 여성투자자여서 여회장이라고 이름붙인 사실을 알고도, 1차공판에서 재판부에게 '왜 여회장으로 불렸는지 잘 살펴봐 달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경심-조범동 대여금계약서 나와 = 정경심 교수의 횡령 혐의를 부정하는 결정적 증거도 나왔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정 교수가 조범동에게 5억원을 빌려주고 이자 10%를 받기로 한 거래의 증거는 많다"며 "정 교수와 조범동 부인 이 모씨 명의로 작성된 소비대차 계약서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에는 거래조건으로 대여금액, 대여기간, 대여 이자율이 명시돼 있다. 변호인은 "계약서 내용 일부가 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양 당사자 사이의 대여계약이 맞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동생이 코링크피이에 5억원씩을 투자한 뒤 최소 수익금을 보전받기 위해 허위 컨설팅계약을 맺고 매달 860만원씩 1억5000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조씨와 정 교수를 기소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정 교수와 동생은 10% 이자수익을 받는데만 관심을 가졌고, 나머지는 조범동이 알아서 해줄 것으로 신뢰했다"며 "당시 컨설팅 구조 자체는 피고인이 요청한 바 없고, 설계 능력도 없고, 이를 결정 지위에 있지도 않아서 조범동과 코링크 대표가 협의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위 컨설팅계약은 이자를 주기위해 조범동이 알아서 한 것이지, 조 교수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적] '조국사태, 진실은'"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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