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링크 이사, 판사 추궁에 입장 변화

이봉직 아들 "이봉직이 코링크 회장"

"검찰 진술에서는 조범동이 실제대표라고 생각했는데, 검찰수사과정과 지난 재판에서 얘길 듣다보니까 조범동 대표가 실제 대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범동씨 재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코링크피이(PE) 이사 이 모씨가 재판장의 직접 신문에 답한 내용이다. 또 익성 이봉직 회장의 아들 이 모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코링크 회장은 이봉직'이라고 증언했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세 번째 재판이 열리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방청권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근거대라니 입장변화 보인 증인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10일 조국 전 법무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신문을 했다. 익성 이봉직 회장 아들 이 모씨와 코링크피이 이사인 또 다른 이 모씨 등 두명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코링크피이의 실제 운영자는 조범동씨였다는 점을 증명하려했다.

변호인은 코링크피이는 이봉직 회장이 실소유주이고 운영도 조범동씨와 코링크 대표로 있던 익성 이창권 부사장이 협의해 이뤄졌다는 취지로 신문했다.

증인 두 사람은 검찰측 증인으로 주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하지만 변호인 반대신문이나 재판장 직접 신문에서는 다른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코링크 이 모 이사에게 재판장이 "검사 신문과정에서 실제 코링크대표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처음엔 판단하기 어렵단 취지로 말했지만 결국은 피고인(조범동)이라고 답변했다"며 "그럼 증인이 코링크 실질대표가 피고인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모 이사는 "검찰 진술에서 코링크 실제 대표가 조범동 대표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검찰수사과정과 지난 재판에서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까 조범동 대표가 실제 대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재판장이 재차 "근거를 대보라니까 실제 대표가 아닐 수 있다고 답변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모 이사는 "네"라고 말했다.

◆모순에 빠진 익성회장 아들 진술 = 익성 이봉직 회장의 아들 이 모씨는 "이봉직은 (코링크피이) 회장, 이창권은 대표로 불렸고 명함을 파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코링크피이가 실제 누구 것이냐는 쟁점에 대해, 검찰측 증인이 이봉직회장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다.

이 모씨 증인신문에서 눈길을 끈 점은 변호인 반대신문에 말문이 막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이 다. 검찰측 증인인 이씨는 검찰신문에 이봉직 회장과 이창권 부사장은 코링크 업무에 실제로 관여를 안했고 조언만 했을 뿐이며, 자신은 말단직원이라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변호인은 이창권 대표(익성 부사장)가 화이트보드에 그린 복잡한 구조도를 파고들어 질문했다. 코링크피이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 음극재사업을 끌고 나가는지, 익성이 어떤 방식으로 음극재사업을 하고 다른 투자회사를 통해 인수해 우회상장할지 등을 이창권 대표가 그림을 그려 설명한 것을 이씨가 휴대폰으로 촬영해 놓은 것이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창권 대표와 단둘이 있는데서 설명하면서 적은 것이고 기억해두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변호인이 이씨에게 "증인의 주장에 따르면 조언만 했다는 이창권 대표가 말단직원에게 상세하게 왜 설명을 하나. 상식적으로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씨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변호인이 재차 묻자 이씨는 "기억하라고 설명을 했고 경위는 모른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왜 기억하라고 했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음극재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 필요가 있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이씨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조범동씨를 수십차례 '총괄대표'라고 호칭했다. 변호인이 "조범동을 코링크에서 뭐라고 불렀냐. 총괄대표라고는 단 한번도 호칭을 한 적이 없지 않냐"고 물었다. 이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왜 이 자리에서는 총괄대표라고 하냐"라고 물었다. 이씨는 "대표라고 해야 하나요. 제가 잘 몰라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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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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