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총리실 발표 조바심

야, 침묵속 쟁점화 회피

2003년 참여정부에서 촉발된 동남권신공항은 PK(부산울산경남)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다. 총선은 불을 지피고 대선은 군불을 때며 그때마다 신공항 건설은 핵심이슈로 부상했다. 그동안은 PK와 TK(대구경북)간 지역대결 양상을 보이며 정당간 전선은 불분명했다. 몇 차례 대선을 거치면서 PK를 대표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가덕신공항 추진, TK를 대표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 때문인지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약진했다. 부산 18개 선거구 중 5개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PK 40개 의석에서 민주당이 모두 8개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19대 총선에서 얻은 민주당 의석은 불과 3석이었다. 신공항 발표에 미적대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먹혔다는 게 정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부산선거를 독려하며 "이번 선거에서 부산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5명만 뽑아주신다면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 역시 신공항 문제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전과 다른 쟁점은 건설이 아니라 백지화라는 점이다. 박근혜정부에서 결정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접고 가덕으로 가겠다는 사전단계다.

민주당에겐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조바심이 묻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차례 신공항을 약속했다는 것도 부담이다. 과거 PK 유권자들이 한국당의 어정쩡한 신공항 정책에 실망했다면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에게 신공항은 계륵같은 존재다. 일단 침묵 모드다. 민주당 논리에 휩쓸릴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반대하며 정치쟁점화 해봐야 손해라는 인식 때문이다. 가덕신공항을 외치다 김해공항확장으로 변심한 논리를 시민들에게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다.

여당이 백지화에 앞장 서 왔지만 청와대는 침묵이다. PK만 보는 게 아니라 수도권과 TK 눈치도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총리실이 중재자로 검증책임을 맡았지만 역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PK 민주당 의원들은 2월 중 발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전 발표를 하게되면 민주당에 유리, 총선 이후면 불리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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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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