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수익성 저하로 은행 미래 밝게 안봐 … 저금리 고착화로 순이자마진 갈수록 떨어져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저물가, 저금리가 장기·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은행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은행들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불확실한 은행의 미래에 대해서 세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주요 4대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KB국민은행은 2조439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8.0% 늘었다. 신한은행도 2조3292억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2.2% 성장했고, 하나은행도 2조1565억원으로 3.4%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1조562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3.8% 줄었다. 다만 우리카드와 우리종금 등이 지난해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그만큼 순익 규모가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2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우리금융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1조401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 등을 합치면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토막 난 은행 주가 = 은행권의 이러한 화려한 실적의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단적인 지표가 은행 관련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은행주 9개 종목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KRX 은행주 지수는 최근 2년간 30% 이상 추락했다.


KRX은행주 지수는 2년 전인 2018년 2월12일 949.49였지만, 11일 종가는 654.53으로 31.1% 하락했다. 개별 은행의 주가도 이 기간 약세를 면치못했다. 주요 4대은행의 모 회사인 금융지주사 최근 3년 주가흐름을 살펴보면 대체로 주가가 30% 이상 추락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고가였던 2017년 8월11일 5만5500원에서 지난 11일에는 장중 3만7900원을 보여 고점대비 30.8% 하락했다.

KB금융도 2018년 1월12일 6만9200원에서 지난해 8월16일 3만7750원으로 45.4%나 추락해 주가가 반토막 났다. KB금융의 11일 종가는 4만3100원으로 최근 3년 고점 대비 37.5%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도 2019년 2월15일 1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 7일에는 1만원까지 떨어져 37.5%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1월12일 5만6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해 8월16일 3만900원까지 떨어졌다가 11일에는 3만4300원으로 고점대비 38.8% 추락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미 낮아져 있는 가계대출 증가율에다 주담대 규제가 대출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된 각종 악재들도 은행주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37%까지 떨어진 순이자마진 = 은행의 주된 수익 원천은 대출이자에서 나온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예금 등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서 운용자산의 총액을 나눠 산출하는 순이자마진(NIM)이 기존의 예대마진을 보완한 것이지만,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예대마진의 비중은 여전하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총이익 가운데 88%를 차지해 은행의 수익모델은 여전히 이자장사가 압도하고 있다.

은행업은 여전히 고객에게 지급하는 예금이자와 받은 대출이자 사이의 마진이 이익창출의 원천이다. 따라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경향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산업의 NIM은 지난 2007년 2.44%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1.55%까지 떨어졌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NIM을 1.45~1.55%로 추산했다.

최근 개별 은행들의 실적발표를 보면 이러한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NIM은 1.3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1.52%에서 0.15%p 추가로 하락한 것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국내은행은 순이자마진의 축소와 대출자산의 성장 둔화, 규제준수 비용의 상승, 경쟁의 격화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경영전략 수립시 자산성장성보다 이익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수료 수익도 제약 늘어나 = 은행들은 이자장사의 수익구조를 깨기 위해 수수료 수익의 증가 등 비이자이익의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각종 규제 등으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파생결합증권(DLS)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은행들은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내부 통제를 보다 엄격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11일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조직을 신설하고, 은행 등 그룹내 계열사의 소비자보호 업무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은행권은 또 직원들에 대한 평가지표인 KPI도 대폭 완화하고, 내부 경쟁시스템을 손보는 등 무리한 수수료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DLS 사건 후속조치로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 등 각종 규제도 영업환경을 어렵게 한다. 당초 은행권 전체에 신탁상품 판매의 제한을 두려던 것에서 후퇴를 하기는 했지만 영업여건이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한 시중은행 WM 담당자는 "고객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수익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서 은행은 적절한 고객서비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국의 감독과 규제, 내부의 자정 움직임 등으로 직원들이 상품판매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아예 올해 수익목표를 10% 낮추겠다는 마이너스 경영목표까지 내놓았다. 진 행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모든 일의 판단 기준에는 고객이 있어야 하며 영업전략 추진에 앞서 소비자보호와 준법, 내부통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완전한 판매가 아니면 상품을 아예 팔지도 말라는 취지의 주문도 했다.

["신3저 시대, 은행의 미래"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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