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투자 주장' 부인, "투자라면 증거내라" 주문

"증거은닉과 증거인멸 없는데 교사한다는 것은 모순"

재판부가 정경심 교수 돈 10억원이 사모펀드에 들어간 것은 '대여'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투자라는 전제아래 횡령죄 공범으로 정 교수를 기소한 데 대해, 그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에게 "대여가 아니고 투자라면 증거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의 핵심쟁점인 사모펀드 비리의혹에 대해, 재판부가 의혹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 한 셈이다.

12일 정경심 교수 공판이 끝난후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재판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빨간아재' 동영상 캡쳐


◆"민사재판서 투자냐 대여냐 많이 다퉈"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2일 정경심 교수 4차공판을 열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이 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설명한 데 대해, 변호인이 반박하는 시간이었다.

재판장은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정 교수 사모펀드 혐의 관련 핵심쟁점은 투자냐, 대여냐 여부다.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피이(PE)에 투자를 했고, 매월 받은 돈의 성격이 자금을 빼돌린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수측은 대여를 한 것이고, 이자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대여가 맞다'고 본 것이다.

재판장이 검사에게 "정경심이 투자했다고 하면 분배비율, 즉 지분이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검사는 "지분율은 전형적 투자형태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건은) 전형적 투자라기보다 다른 비전형적인 투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다시 "조범동이 수십번도 넘게 투자라고 했는데 손익분배비율(지분율)은 왜 안물었냐"고 재차 물었다. 검사는 "조범동은 원금+수익을 보장하는 형태로 정경심이 투자한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민사재판에서 투자냐 대여냐가 많이 다퉈지는데 우리는 당사자 말을 믿지 않고 행태를 본다"며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이 나오면 대여로 보는 게 원칙이다. 검찰이 그와 같은 사정을 뒤집으려면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고 밝혔다.

◆투자라면서 지분율 언급 없어 = 정 교수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후 기자들을 만나 "검찰은 스스로 인정하듯이 원금 보장과 최소한 이자율 보장은 했고, 다만 사업성패에 따라 이자율을 다소 더 주기로 했던 것을 가지고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적어도 원금보장과 최소 이자율 보장이라면 그것은 법률적 의미에서 투자가 아니라 대여"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는 투자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곳곳에서 대여란 용어도 계속 사용됐다.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은 실질이 뭔지가 중요하다. 가장 핵심은 '원금보장' '최소 이자율 보장' 이다. 투자를 했으면 그 영업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나누는 것이고, 그 핵심은 지분율인데 지분율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없고 기록이 어디에도 없다"며 "전형적인 정액의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율에 다소 탄력이 있을 수 있지만, 원금과 최소 이자율 보장이라는 대여의 기본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 재판장이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교수 사실관계 몰라 설명요구" = 정 교수측은 사모펀드 관련 증거은닉 교사와 증거인멸 교사죄와 관련해 '본죄가 없는데 어떻게 교사죄가 성립하느냐'는 취지로 설명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코링크피이에 펀드운용보고서를 국회청문회에 제출하며 가족펀드임을 감추도록 했고, 투자자 명단에 정 교수 동생이름을 삭제하도록 했고, 투자처를 알고 있음에도 블라인드펀드로 속여서 제출하도록 했다며 증거은닉 교사와 증거인멸 교사죄로 기소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검찰이 교사죄로 기소하려면 본죄인 증거인멸이나 증거은닉죄로 기소를 해 범죄가 된다는 것을 선입증하고 논리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사실관계도 틀리지만, 맞는다고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코링크피이 실소유주가 조범동씨라고 해서, 또 가족펀드라고 해서, 투자처가 웰스시엔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해서 형사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실제 사실관계에서는 중요 메시지가 공개되면 드러났듯이 당시 정 교수는 이런 사실관계를 잘몰라 설명을 요구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했다"며 "사실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살인사건과 비교하면 피의자가 현장에 간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범행을 숨기려 씨씨티브이 화면을 지웠다면 죄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주장은 살인사건이 있었지만, 정 교수 사건은 아무런 사건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유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당사자에 고지않고 전생애 자료살펴" = 위법수집증거 논란도 벌어졌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동양대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를 검찰이 임의제출 받았지만, 그 내용물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 정보주체에 대해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 증거가 어느날 모색(摸索)적으로 컴퓨터를 압수해서 들여다봤다. 정 교수 가족의 전 생애에 걸친 자료를 다 압수하고 그걸 증거로 활용한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형사소송법이나 개인정보보호를 하는 여러 가지 법체계가 엄격하게 막으려 하는 것이고,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해 증거능력은 부인돼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형사소송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피고인은 고지 못받았다고 한다"며 "이런 하자가 증거능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과잉증거 금지 원칙에 대해 검찰이 답변해주면 차후 재판부에서 증거능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밝혔다.

현 재판장은 법관 인사로 교체돼 다음 재판부터는 다른 재판장이 심리를 한다. 주심판사는 그대로다. 다음 재판은 27일 열린다.

["[추적] '조국사태, 진실은'"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