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본인 아파트에 물이 새서 아랫집에 누수 공사를 해줬다고 하면서 이런 것도 보장해주는 보험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합니다. 이런 것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이란 바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입니다. 이름에서 얼핏 유추해볼 수 있듯이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 발생하는 비용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이 보험이 보장해주는 '일상생활'에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어떤 분은 후배한테서 노트북을 빌렸는데 어린 아들이 놀다가 이 노트북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수리를 해줬다고 합니다. 수리비가 제법 나왔지만 다행히 이 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요즘은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니까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도 많습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중 행인을 다치게 해 치료비를 물어줬다면 이런 부분도 보상이 됩니다.

이중 주차된 차를 밀다가 그 차가 긁혀 수리를 해줘야 할 때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 사고지만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으로는 보장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쳤는데 그 사람의 휴대폰이 떨어져 깨졌다거나 커피숍에서 뜨거운 커피를 들고 가다 모르는 사람에게 쏟아 화상을 입혔다거나 할 때도 이 보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험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지만 더 신기한(?!) 것은 자신이 이미 이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우리가 흔히 듣는 보험상품 이름인 '주계약'이 아니라 '특약(특별약관)' 형태로 돼 있기 때문이죠. 특약이라는 것은 주계약에 추가로 덧붙이는 계약을 말합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경우 월 보험료가 1000원(보장한도 1억원)도 되지 않기 때문에 단독으로 판매되지 않고 보통 실손보험이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주택화재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에 특약형태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손보험이나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라면 이미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내보험다보여'(www.credit4u.or.kr)에 들어가서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확인한 후 해당 증권을 확인해보면 가입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보험사 콜센터로 직접 문의해도 좋습니다.

이 보험은 실손 보장상품이기 때문에 중복으로 여러 보험사에 가입돼 있다고 해서 이중, 삼중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보험사 2곳에 1억원 한도의 보험에 가입했다면 손해배상금이 200만원이 나올 경우 두 보험사에서 각각 100만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대신 보험사 2곳에 가입한 경우 보장한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금이 1억2000만원이 나왔을 때 각 회사로부터 6000만원씩(총 1억2000만원)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보험이라는 게 우연한 사고를 보장하는 것인 만큼 고의로 발생한 사고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보상이 어렵습니다.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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