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상당수 이미 실시, 일본도 지방은행 중심 도입 … 점포 줄이고 감원은 기본, 거꾸로 늘리는 곳도 있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저물가, 저금리가 장기·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은행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은행들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불확실한 은행의 미래에 대해서 세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주

세계 어느나라 은행이든 기본 먹거리는 예금과 대출의 이자마진이다. 그런 은행이 초저금리 시대에는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점포와 인원을 줄이는 전략이 기본이다.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인 유럽과 일본의 일부 은행에서는 고객의 예금계좌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매기는 상황까지 됐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오히려 점포를 늘리는 전략을 쓰거나, 기존 충성고객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운용을 통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전략도 있다.

◆가장 쉬운 사람 줄이기 나서 = 기업도 은행도 수익이 안나면 비용을 줄이기 마련이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해고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나라는 은행원을 줄이는 것으로 비용절감에 나선다. 가까운 일본도 이들 나라와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점포를 줄이는 것으로 사실상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조수연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은 지난해 50여개 은행에서 모두 7만7800명 이상의 인원을 줄였다. 상당수 은행은 감원 계획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감원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1만8000명, HSBC는 4000명 규모의 감원을 실시했다. 전체 감원의 82%가 유럽지역에 집중됐다. 조 연구위원은 "유럽은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수출중심의 경제가 약화하고,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원과 함께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도 심화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75% 가량의 거래가 전자주문으로 이루어지면서 창구직원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재교육을 실시하거나 엔지니어 2500명을 새롭게 채용할 계획이다. 로이즈뱅크는 신규 디지털 직무의 75%에 새롭게 교육을 이수한 직원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미국도 인력을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1500명 가량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CNN비즈니스 채널이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전체 직원의 2% 규모에 해당한다.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이미 최근 수년간 수만명의 인원을 감축한 상황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본점 모습. 사진 백만호 기자

일본도 실질적인 인원감축에 나섰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해고가 자유스러운 국가가 아니어서 점포를 축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원을 감축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2024년까지 전체 600여개 지점 가운데 120여개의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등 다른 3대 메가뱅크도 향후 수년간 점포 축소에 나선다.

조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도 기존과 차별적인 기술과 능력을 보유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 IT와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신입과 경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은 상황에서,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외부의 인재 채용 등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휴면계좌에 연 1200엔 수수료 부과 = 일본 미쓰비시UFJ은행은 올해 10월부터 2년 이상 휴면계좌를 대상으로 연 1200엔(1만308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의 거대 은행은 그동안 일부 지방은행이 예금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예금계좌의 관리 비용도 안나오는 예대마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선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휴면계좌에 대해서 수수료를 매기는 정책전환을 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전환에 대해 "장기간 초저금리로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에 따른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계좌관리 비용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계좌관리비의 유료화 정책은 금융서비스에 대해서 (고객으로부터)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커다란 전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일본의 일부 지방은행은 수년 전부터 휴면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기후현의 '16은행'은 2018년4월, 아이치현의 도요타신용금고는 지난해 10월부터 휴면계좌에 수수료를 매겼다.


유럽의 은행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금계좌에 수수료를 매기는 정책을 시행했다. 덴마크 유스케은행은 잔액이 750만크로네(약 10억410만원)를 초과하는 계좌에 대해서는 연 0.6%의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예컨대 750만크로네가 통장에 입금돼 있으면 4만5000크로네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글로벌 금융이슈' 보고서는 "일본 은행들은 자금운용 비즈니스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되자 수수료 비즈니스부문의 수익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장기적 경영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 금융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덜받는 수수료 비즈니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발상의 전환도 가능 = 각국의 은행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점포와 인력을 축소하는 흐름이지만 일부 은행은 발상을 전환해 점포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경제전문매체 '시카고 비즈니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올해까지 시카고 지역에 11개 지점을 추가 설치하고, 직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BoA는 또 향후 3년간 전국적으로 350개의 점포를 신설한다. JP모건체이스도 향후 5년간 400개의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미국의 U.S.Bancorp는 보수적인 경영을 통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U.S.Bancorp는 느리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일찍부터 정착돼 예금과 대출, 신용카드 등 전통적 은행상품 위주로 영업한다"며 "잘모르는 시장에 대한 영업보다 잘아는 시장에서의 영업을 강화해 리스크가 검증된 기존고객 중심의 대출확대에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U.S.Bancorp는 2004년까지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 6위를 지켰지만, 2008년에는 26위까지 하락했다"면서 "부동산경기의 악화를 예측하고 사전에 모기지대출을 크게 축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국내은행은 신용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단순한 자산성장보다 리스크에 기초한 수익률 관리에 초점을 맞춰 영업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중 삼중의 리스크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3저 시대, 은행의 미래"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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