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알고도 은폐시도' 주장과 상반되는 증거

"나도 모르는 투자처, 언론이 어떻게 알았나"

정경심 교수의 증거인멸 교사, 증거위조 교사 혐의를 벗겨줄 결정적 증거를 본지가 입수했다. 지난 2월 12일 열린 4차공판에서 정 교수측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기록 중 하나다. 그것은 정 교수가 지난해 8월 24일 코링크 임 모 이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들이다.

정 교수는 임 이사에게 '팩트에 기초해 답변을 달라'며 일곱가지 질문을 했다. 답변이 오자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재차 질문을 했다. 이는 당시 정 교수가 사모펀드와 관련된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정 교수 측은 설명했다.

지난 12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정경심 교수측이 법정에 제출한 코링크 임 모 이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조 국 후보자가 장관에 지명된 지난해 8월 9일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정 교수는 24일 코링크 임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팩트에 기초해 답변해 달라'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이는 검찰 주장과 달리 당시 정 교수가 상황을 제대로 몰랐음을 증명하는 증거로 보인다. 출처 내일신문


◆청문회 준비하며 '알려달라' 문자 = 검찰은 정 교수가 사모펀드 관련 자료 은폐 및 조작 지시를 했다며 증거인멸 교사 및 증거위조 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 27쪽에 "피고인은 △코링크 실사주가 조범동인 사실 △블루펀드가 가족들만 출자한 가족펀드인 사실 △피고인이 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 등이 밝혀질 경우, 조국 후보자 및 피고인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위법행위가 인정될 가능성 등을 염려해 이를 은폐하기로 하고, 코링크 관계자들로 하여금 피고인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허위 자료를 만들거나, 관련 자료를 폐기 또는 은닉하게 했다"고 적었다.

정 교수측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그 근거로 정 교수가 임 이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들을 제시했다. 문자내용을 보면 정 교수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지난해 8월 9일 조 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후 정치적 반대자인 야당은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고, 언론도 의혹보도를 쏟아냈다.

가족펀드라는 의혹, 투자약정을 부풀렸다는 의혹, 블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엔티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 엄청난 의혹이 제기되며 정 교수는 조 후보자나 청문회지원단으로부터 정확한 해명을 요구받고 있었다.

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24일 코링크 임 모 이사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의 전방위적 압수수색은 8월 27일 시작됐고, 국회청문회는 9월 6일 열렸다.

◆정 교수 처한 상황 보여주는 장면 = 정 교수는 먼저 전화로 물었음을 밝히며, 이해 안되는 내용을 정리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 교수는 "꼭 팩트에 기초해 답변을 주시기 바란다"며 일곱가지를 질문했다. △추가로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투자약정액을 높여놓고 더 이상 모집을 못했는데, 왜 이 사실을 내게 사전공지 안했는지 △왜 동생에게는 1주당 200만원에 거래하고 이상훈 대표에게는 1만원에 거래했는지? 그리고 왜 나중에 다시 1주당 200만원에 회수했는지? 세법상 이유라고 했지만 이게 해명이 잘 안되는 것 아닌지 △코링크에 조범동씨가 에이전트로 관여하고 동생과 나를 소개해놓고우리 돈을 조씨 배우자가 주주로 있는 웰스씨엔티에 투자하는 것은 위법 아닌지 △청문회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투자처가 웰스씨엔티인지 몰랐고, 나와 동생 말고는 출자자 수나 명단도 몰랐고 개인정보는 보안이 유지된다더니, 언론에 먼저 터지는 이유가 뭔지 등을 물었다.

이에 임 이사는 공식답변과 상황설명이란 두 개의 파일을 보냈다. 정 교수가 답변을 보고도 이해가 안된다며 재차 여러가지를 질문하는 문자를 보냈다. 임 이사는 '다시 체크해서 보고드리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이후 3가지 답변 파일을 보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이걸보면 정 교수가 모든 구조를 다 알아서 어떤 상황으로 유도하는 게 아니다"라며 "펀드구조나 거래구조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또 그는 "조범동 조서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며 "정 교수가 저(조범동)에게 '청문회팀장에게 답변을 해줘야 하는데 내(정경심)가 잘 이해를 못해서 답변을 못하겠다'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고 적혀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 진술은 정 교수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본죄 먼저 기소해 범죄입증해야" = 한편 정 교수 변호인은 이런 사실관계를 별개로 하고, 검찰 주장을 인정한다하더라도 법리상 죄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증거인멸이나 증거위조를 처벌하는 근간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김으로서 형사재판 및 징계심판 기능을 훼손한다'라는 점에 주안점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소장에 명시된 대로 코링크 실사주가 조범동이라고 해서 형사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블루펀드가 정 교수 가족들로만 구성된 가족펀드라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어떤 범죄행위가 되거나 징계사유가 될 수는 없고, 블루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어떤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이 부분을 독립적으로 범죄가 된다고 기소를 하고 있지도 않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도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소장 기재 자체가 증거인멸의 본질과 그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증거인멸이나 위조 교사죄로 기소하려면, 본죄에 대해서 먼저 기소를 해, 범죄가 된다는 것을 선입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제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타인을 교사해 증거인멸을 했다고 하는데, (증거인멸)주범을 신속하게 기소해서 진행해 달라. 교사범으로 처벌되는데 주범을 신속하게 기소해서 유죄판결 받는다면 검찰입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증거인멸 및 증거은폐 주범은 기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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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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