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에 독서습관 형성, 교육도시 체질 강화 … 공교육 지원규모 자치구 4위 수준

"책을 읽어주다 목이 쉬어요. 도서관에서 매주 10~20권씩 빌리고 '소장용'은 서점에서 구입해요." "같은 책을 10번 20번 계속 읽어달라고 해요. 5살이 되니 혼자 읽더라고요."

중랑구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1000권씩 책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부모 등 성인 지도가 필요해 결과적으로 전체 주민이 1000권씩 읽는 효과가 있다는 게 중랑구 설명이다. 사진 이의종


서울 중랑구 망우동과 묵동에 사는 승민(7)이와 민준(7)이, 강준(6)이와 은빈(6)이에겐 공통점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책 1000권을 읽기로 했다는 점이다. 3명은 여유롭게 1000권을 돌파했고 1명은 목표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올해 신년사부터 '개권유익(開卷有益)'을 강조했다. 중국 송나라 태종이 한 말로 '책을 펼치면 이로움이 있다'는 뜻인데 중랑구에서 추진하는 '취학 전 1000권 읽기'와 닿아 있다. 뇌 발달 80~90%가 진행되는 영·유아기에 독서습관을 형성, 교육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한다는 취지다. 류 구청장은 "취학 전은 인생에서 의미있는 시간"이라며 "아이들이 1000권을 읽자면 어른들이 함께 해야 가능한 만큼 주민 전체가 1000권을 읽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취학 전 1000권 읽기는 5~7세 미취학 아동 8000여명을 대상으로 한다. 6개 구립도서관과 13개 새마을작은도서관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260개 교육·돌봄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동시에 들이도록 설계했다. 시작부터 100권까지 씨앗, 101~300권 떡잎, 301~500권 새싹 등 5단계로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문구류를 선물해 성취감을 더하도록 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독서 여권과 기록장, 배지 등이다.

아이들은 원하는 책을 골라 스스로 읽기도 하지만 글이 서툰 만큼 부모가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거나 그림이 많은 책도 무관하다. 구에서는 작가와 초등학교 교사, 사서와 주민들이 함께 선정한 '1000권 서가'를 마련, 선택에 도움을 준다. 이지유 중랑숲어린이도서관장은 "나이가 아니라 독서수준에 맞게 고르면 된다"며 "1000권이라는 목표도 좋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편하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읽는 습관을 들이면 학습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까지 1000권 읽기 도전을 신청한 아이는 595명. 그 중 17명이 벌써 최종 목표를 돌파했다. 250권 500권 등 단계별 목표를 달성한 아이까지 합치면 200명에 가깝다.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면 부모들부터 꾸준한 독서의 효과를 체감한다. 이은미(43·망우동)씨는 "언어구사력 이해력이 높아진다"며 "도서관 사서들이 놀랄 정도로 조사와 형용사 구사를 잘한다"고 말했다. 김선영(39·묵동)씨는 "질문이 달라진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뭐야?'가 아니라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물음에 가끔 말문이 막힐 정도다. 그는 "말과 생각에 깊이가 있고 무엇보다 거친 말이 아닌 순화된 언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책 읽는 아이들'은 공교육 강화와 지역인재 육성 등 교육도시 기반을 다지는 핵심이다. 중랑구는 민선 6기 40억원이던 교육경비보조금을 올해 자치구 4위 수준인 60억원까지 확대, 공교육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162억원 규모 장학기금을 활용해 지역 인재를 후원한다. 내년 1월 문을 열 방정환교육지원센터는 교육도시의 또다른 축이다. 진학상담과 자기주도학습, 진로·직업체험, 학부모 역량강화, 평생교육 등을 망라하는 곳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독서 인프라 확대,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을 통해 책 읽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하겠다"며 "배움의 즐거움과 활력이 넘치는 교육환경을 조성, 지역 동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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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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