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암보험이나 실손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을 알아보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환급금 유무에 따라 '순수보장형'과 '만기환급형'으로 구분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환급금은 보험 가입 후 중도 해지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돌려받는 돈을 뜻합니다.

보장조건이 같다고 할 때 순수보장형은 환급금 없이 보험사고 보장만 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덜 냅니다. 반면 환급금을 지급하는 만기환급형은 순수보장형보다 보험료가 2~3배 이상 비쌉니다.

그러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하면 순수보장형이 보험금을 많이 줄까요, 아니면 만기환급형이 보험금을 많이 줄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받게 되는 보험금은 똑같습니다.

실손보험이라서 그런 걸까요? 암보험이라고 해도 보장 조건이 같다면 수령하는 보험금 금액은 같습니다. 이를 테면 암진단보험금이 500만원인 보험상품에 각각 가입했다면 순수보장형이든 만기환급형이든 암진단 시 받게 되는 보험금은 똑같이 500만원입니다.

분명히 만기환급형이 보험료를 더 냈는데 왜 받는 보험금은 똑같은 걸까요? 눈치채셨겠지만 만기환급형에서 더 낸 돈은 보험료 지급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보험소비자가 더 낸 돈은 어디로 간 거죠? 당연히 환급금 재원으로 쓰이겠죠. 그러면 더 낸 돈은 오로지 환급금 재원으로만 쓰일까요?

보험회사는 보험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위험보험료 △부가보험료 △저축보험료로 구분해 운용합니다. 위험보험료는 사고 발생시 지급되는 보험금에 쓰이는 항목이고 부가보험료는 설계사 수당 등 보험계약 관리를 위해 쓰이는 사업비를 말합니다. 순수보장형 상품은 위험보험료와 부가보험료 2가지만으로 구성돼 있어 저렴합니다.

만기환급형은 이 2가지 항목에 환급금 재원 마련에 쓰이는 저축보험료가 추가돼 더 비쌉니다.

'저축하는 셈 치고 만기환급형에 가입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보험료가 커지면 사업비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장성 보험의 사업비는 보험료의 20~30% 정도입니다. 단순하게 해서 같은 보장 조건의 순수보장형 상품의 월납 보험료가 3만원, 만기환급형이 9만원이라고 할 때 순수보장형의 사업비(30%로 계산)는 9000원이고 만기환급형은 2만7000원이 됩니다.

같은 보장을 받는데 순수보장형의 사업비는 만기환급형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만기환급형은 환급금이 지급된다는 이유로 사업비가 훨씬 많이 책정됩니다. 저축하는 셈 치고는 수수료가 너무 많이 나가는 것이죠. 수수료(사업비)가 너무 많이 나가는 바람에 중도에 해약을 할 경우에는 환급금이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짜로 저축을 할 생각이라면 순수보장형에 가입하고 차액만큼을 은행 적금으로 넣는 게 낫다고 조언하는 이도 있습니다.

게다가 만기환급금은 보험금 납입기간이 끝난 시점이 아니라 보험 보장 기간이 끝난 시점에 받게 됩니다. 80세 만기 20년 납 상품에 가입해 20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면 80세가 돼야 만기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만기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에 가입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