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수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명예교수

독일은 한국인에게 여러 면에서 모범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독일 '전차군단' 축구팀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선이나 총선에서 실패한 정치가들은 툭하면 독일정치를 배우겠다고 비행기를 탄다. 독일로 떠나기 전 필자에게 독일경제 요약과외를 해달라고 부탁한 대선후보도 있었다. 꼼수 비례정당이 탄생하자 원래 취지가 퇴색됐다고 비난받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 때도 독일의 선거제도가 많이 검토됐다. 과거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독일의 경제체제인 '사회적 시장경제'를 벤치마킹한 경제민주화 관련 선거공약을 내놓으며 박근혜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낮은 청년실업률의 독일

떨어질 줄 모르는 청년실업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됐지만 당분간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방법도 없어 보인다. 정년 노동인구(단카이세대)의 증가와 입직하는 청년인구의 감소로 대졸 취업률이 거의 100%에 이르는 일본의 모습이 수년 후 한국에 재현될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막연한 희망일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선진국의 청년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유독 독일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청년실업률을 보이면서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고 그로 인해 정치경제적인 모범국가 사례로 언급됐다. 독일은 주변 선진국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왜 독일의 아우스빌둥이 화제인가

금융위기 이후 유독 독일만이 건실한 경제지표를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독일의 아우스빌둥 제도는 주변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생산성 높은 노동자 양성시스템임에 틀림없다. 오랫동안 수공업자들의 생존방식 시스템으로 유지됐던 중세 유럽의 길드제도를 독일은 19세기 이후 상황에 맞게 변형시키고 더욱 발전시켜 오늘날의 성공적인 제도로 정착시켰다. 그래서 우리도 바로 이 아우스빌둥 제도를 한국실정에 맞게 설계해 2014년부터 '일학습병행제'라는 이름으로 자격형 모듈형 대학연계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행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소개)

한국의 '일학습병행제'모습

8년 차가 된 이 한국판 아우스빌둥 제도인 일학습병행제에 참여 중인 기업은 1만 곳이 훨씬 넘었으며 훈련 중이거나 과정을 완료한 학생(학습노동자)은 8만명 수준이 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압축고도성장 형태가 이 분야에서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정성적으로 살펴보면 겉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프로그램 운용형태에 따라 통계치가 다르긴 하지만, 훈련 중 탈락자가 30%를 넘고 또 훈련을 마친 인원 중 30% 이상이 1년 안에 일을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도운영 상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방증이다.

성공적인 시스템으로 되려면

독일에서 성공한 아우스빌둥 모델이 영국에선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듯이, 우리에게 맞는 법과 제도로 정착시키지 못하면 비용과 부작용을 낳을 뿐 아니라 정부의 여러 정책실행에서 자신감마저 잃을 우려가 있다.

노사정협력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독일과 달리 정부 주도적 모델인 일학습병행제는 단기적이고 정량적인 목표달성에 집착하기 쉽다. 그러나 법·제도 도입은 단기간에 가능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협업하는 것은 금방 모방을 할 수 없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독일 특유의 '사회코포라티즘'(corporatism, 노사조합주의)을 단기간에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기간을 단축해 '한국적 아우스빌둥' 모델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투철한 연대의식으로 큰 틀에서 협력하고 운영과정의 세심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감독을 병행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의 고도압축 경제성장 모델을 후진국들이 벤치마킹했듯이 한국적 일학습병행제도가 성공해 21세기 국제적인 고용모범사례로 언급되기를 희망해 본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