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벤츠 등 5개사와 한독상공회의소 협력 … 현장실무와 대학 이론교육 병행

내일신문은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위원장 정미경)와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에 도입된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소개한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국 직업훈련과 정부의 역할 △두나라의 법적·제도적 차이 △한국 아우스빌둥 훈련프로그램 △학습노동자 직업자격 취득방식 등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아우스빌둥은 이원적 시스템을 지닌 독일 기술인력 교육을 의미한다. 아우스빌둥은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과 기업현장에서 실습교육으로 이뤄졌다.
한독경상학회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서 공부하고 국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조직한 경제·경영학분야 학회다. <편집자 주>


'아우토 메카트로니카'(Auto-Mechatronker)라는 직업명으로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처음 실시된 국내 독일식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총 3년(군복무기간 제외) 동안 진행된다. 학교에서의 이론교육과 기업현장에서의 실무교육이 결합된 기업맞춤형 이원화된 인재양성 시스템이다. 아우스빌둥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산업현장에 바로 적용하고 트레이니(학습노동자)들이 스스로 실무와 이론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로그램 지원대상은 직업계 고등학교 자동차과·기계과 그리고 자동차정비 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매년 4~7월 다양한 채용절차를 걸쳐 8월에 최종 선발돼 9월부터 훈련근로계약을 기반으로 기업내 트레이너(훈련교사)의 지도에 따라 일과 학습을 병행하게 된다.

 

한국아우스빌둥에 참여하는 트레이니(학습노동자)가 BMW 코리아, 메르체데스 벤츠 코리아, 만트럭 버스 코리아, 다임러트럭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가 등 한독상공회의소 5개 회원사의 국내 30곳 이상 자동차서비스 현장에서 트레이너(훈련교사)의 지도에 따라 자동차정비 업무를 배우고 있다. 사진 한독상공회의소 제공

 


◆아우스빌둥 핵심, 훈련교사 = 현장 훈련교사는 100시간의 독일식 '트레이너' 양성과정을 마친 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독일연방상공회의소 훈련교사 인증서를 획득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훈련교사의 역할 및 아우스빌둥 준비사항과 학습노동자 면접, 교육방식과 갈등 대처방식 등 아우스빌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실기시험에는 훈련교사들의 아우스빌둥 수업 시연과 아우스빌둥에 대한 구술시험이 포함돼 있다. 현장교육이 70%인 아우스빌둥의 특성상 현장에서 학습노동자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훈련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최소 2년 이상의 해당 직군 업무경험이 있는 기술전문 인력으로서 후배 지도에 관심이 있는 사내 직원이 훈련교사 대상이 된다.

◆문제해결 능력도 주요 핵심역량 = 빠른 기술발전과 세계화는 오늘날 직업활동을 위해 직업적 기술·지식·숙련도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 필요한 사회·방법·개인역량 등 다양한 통합적인 자격을 요구한다. 특히 문제해결능력은 모든 현대 직업에서 요구하는 주요 핵심역량이다. 무엇보다도 작업과제를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소통능력과 팀워크, 자율성과 책임감, 학습능력과 학습의지가 포함된다.

아우스빌둥에서는 이러한 핵심역량을 3년 동안 학습노동자에게 전수하기 위해 직업적 기술 이외에도 훈련교사가 다양한 학습방식과 매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습노동자의 모범이자 학습 안내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식 커리큘럼을 국내 상황에 맞게 수정·반영한 기초 학습계획을 바탕으로 각 기업특성에 맞는 세부사항을 자율적으로 접목시켜 기업 고유의 훈련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기초 학습계획에는 자동차정비에 관한 기본 점검에서 사후 진단에 이르기까지 난이도에 따른 정비실무를 다룬다. 그밖에도 기본 회사조직, 기타 법률적 사항 및 환경규정이 포함돼 있다.

◆학습노동자, 학습일지 작성해야 = 학습노동자는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훈련근로계약을 기반으로 아우스빌둥 기간 동안 현장교육을 받아야할 뿐 아니라, 학습노동자로서 노동도 제공해야 한다. 자동차정비 분야에서는 현장에서 3개월쯤 지나면 대부분 학습노동자들이 기본점검 등 단순작업은 물론 훈련교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한다.

학습노동자들은 아우스빌둥 기간 동안 매일 레코드북(학습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학습노동자 본인이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교육내용을 숙지했는지 스스로 점검하며, 훈련교사는 학습일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아우스빌둥 규정 및 레슨플랜(아우스빌둥 계획서) 내용이 모두 전수됐는지를 확인한다. 레코드북 작성 여부는 아우스빌둥 평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주요조건이다.

◆전문학사 학위와 독일연방상공회의소 인증서 수여 = 아우스빌둥 일정에 따라 기업의 현장교육과 대학의 이론교육이 블록식으로 병행 진행된다.

기존의 대학수업과 달리 직업에 필요한 활동을 난이도에 따라 수업하는 집중이수제 방식을 적용한다. 학습노동자는 기업 실무에 필요한 행동역량을 난이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따라서 현장실무와 대학의 이론교육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과 학교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대학교육에서는 현장의 실무를 뒷받침하는 이론 이외에도 정치·경제·사회 등 교양과목을 추가해 학습노동자가 직무에 필요한 이론지식과 더불어 기업의 노동자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아우스빌둥을 진행하는 동안 두 차례 평가시험이 이뤄진다. 평가시험은 필기평가 및 프로젝트형 문제가 포함된 실기평가로 구성된다. 평가시험에 최종 합격하면 전문학사 학위 이외에도 독일연방상공회의소의 인증서가 수여된다. 이를 통해 독일의 자동차정비 아우스빌둥 자격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된다.

◆독일과 한국의 노사정 협력모델 = BMW코리아, 메르체데스 벤츠 코리아, 만트럭 버스 코리아, 다임러트럭 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등 5곳 참여 브랜드와 한독상공회의소는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아우스빌둥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현장실무가 교육과정대로 진행되는지, 전문대학교에서 이론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 더욱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독일연방상공회의소, 뮌헨상공회의소, PAL(아우스빌둥 평가시험출제 기관), 독일대사관 등 독일의 협조와 우리나라 관련 정부부처로부터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제도 시범사업으로 다각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김영진 한독상공회의소 디이인터네셔널 부장은

홍익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세무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부터 국내 아우스빌둥을 담당하고 2017년 IHK Berlin(베를린 상공회의소)으로부터 독일 아우스빌둥 훈련교사(트레이너) 자격을 받았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