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담당교수 증언과 배치 증거

키스트 임시출입증 발급사실도 드러나

정경심 교수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인턴 의혹을 부정하는 증거가 법정에 제출됐다. 인턴기간 중 무단으로 케냐에 다녀와 연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검찰측 주장과 달리, 인턴시작 전에 담당교수에게 케냐방문 양해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또 발급되지 않았다는 임시출입증이 발급돼 반납된 사실도 공개됐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변호인에 보여주지 않은 범죄 인지서 등 44건의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심 재판 방청권 기다리는 사람들│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세 번째 재판이 열리는 지난 2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방청권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케냐 방문 사전인지 놓고 논란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18일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정 교수 딸의 키스트(KIST) 허위인턴 의혹과 관련해 검찰측 증인신문이 있었다. 정 교수 딸 인턴을 담당했던 키스트 정 모 교수다.

정 모 교수는 검찰 신문에 △정 교수 딸이 하루종일 엎드려 잤다는 얘기를 들었다 △3일만 나왔고, 불성실 활동을 해 인턴활동을 중단시켰다고 증언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정 모 교수 증언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정 모 교수는 '정경심 교수 딸이 인턴기간 중 케냐에 방문하는 것을 알았으면 인턴을 수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허가없이 케냐를 가는 등 불성실하게 인턴을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인턴을 개시하기 전에 정경심 교수 딸이 인턴활동 중간에 케냐 봉사활동이 계획돼 있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며 관련 이메일을 공개했다. 변호사는 이어 "연수프로그램이 어떤 특정한 내용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해당 학생에게 체험하게 하는 정도의 것이라 상당히 유연하게 진행됐다"며 "케냐 방문 사실까지 알면서 인턴 현장학습이 허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정 모 교수에게 이메일을 받은게 사실이냐고 묻자 정 교수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인턴)확인서 전산으로 자동발급" = 검찰은 정경심 교수 딸이 인턴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키스트에 5일 이상 다니려면 임시출입증을 받아야 하는데, 2~3일밖에 나오지 않아서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은 정 교수 딸이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았고, 반납한 기록이 있다며 증거를 제시했다.

변호인은 "2011년 7월 19일 임시출입증 발급 신청이 제출돼 허가가 났고, 8월 12일 정식으로 반환됐다"며 관련 서류를 법정에 제출했다.

또 검찰은 정 모 교수에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료확인서를 발급해준 적 있나"고 물었고, 그는 "없다"고 답했다. 정경심 교수가 딸의 인턴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었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인턴활동)확인서는 전산으로 자동 발급된다"며 "관련 학생정보란에 이름을 넣고 출력을 하면 2011년 7월 18일 입학해서 22일 졸업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전산정보에 남아있는 기록과 임시출입증 발급기록 등을 보면 인턴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다소 불투명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것이 허위경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44건 재판부에 제출, 재판부가 판단 =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수사기록 열람등사 논란이 재연됐다.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기록을 열람하도록 하면서도 막상 열람등사 신청을 하자 거부했다"며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시민단체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 사본 △검찰이 작성안 범죄 인지서 △수사관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과 보고한 수사보고서 몇 개 △수사관이 압수한 물건 분석한 수사보고서 등 4종류 44건의 문서를 적시했다.

변호인은 "이 서류들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중요한 증거"라며 열람등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열람등사 신청 대상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절했다.

검찰이 등사 불가입장을 고수하자 재판부가 직접 나섰다. 재판부는 "형소법 266조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검사에게 해당 서류 제시 요구할 수 있다"며 "검찰에서 문건을 법원에 제출하면 44개 내용 다 보고 열람등사 허용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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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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