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1년간 육아휴직 후 얼마 전 회사로 복귀했지만, 회사로부터 업무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매일 동료들의 눈치만 보다 퇴근하는 것이 일과의 전부인 A는 출근이 너무 괴롭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

그러던 중 A는 인사담당자로부터 퇴사권유를 받았다. 퇴직하면 퇴직금과 함께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지만, 거부하면 지방으로 전출되거나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업무배정을 받지 못한 탓에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A는 회사의 퇴사권유가 억울할 뿐이다.

사용자는 경영상의 필요나 근로자의 부적응, 비리 등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고 인정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특정 근로자에 대해 퇴직을 권고할 수 있다. 이를 권고사직(퇴직)이라 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 달리 권고사직의 경우 근로자가 회사의 퇴직권유에 응하여 사직서 등을 제출해야만 근로관계가 종료된다. 문제는 권고사직이 현실에서는 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고사직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내용이 근로자에게 원하지 않는 퇴직을 강요한다면 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근로자가 부당한 퇴사권유를 거부하였음에도 해고됐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진 권고사직으로 억울한 퇴사를 하게 된 근로자는 이를 노동위원회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제기해 부당해고임을 다퉈볼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스스로 원해서 사직한 것임을, 근로자는 자신이 스스로 원한 사직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권고사직이 부당해고임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 여부다. 회사의 부당한 권고사직에 대해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라면 부당해고를 다툼에 있어 근로자에게 진정한 퇴직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

A는 퇴사권유가 부당한 경우 회사에 명확히 거부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퇴직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이후 부당해고를 다투는 소송 등에서 불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약 A의 퇴사거부에도 회사가 A를 퇴사처리 하는 경우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고, A는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부당해고여부를 다퉈 구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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