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직종·자격종목·직업 연계 … 자격검정 공신력·타당성, 기업참여 높여

내일신문은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위원장 정미경)와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에 도입된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소개한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국 직업훈련과 정부의 역할 △두나라의 법적·제도적 차이 △한국 아우스빌둥 훈련프로그램 △학습노동자 직업자격 취득방식 등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아우스빌둥은 이원적 시스템을 지닌 독일 기술인력 교육을 의미한다. 아우스빌둥은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과 기업현장에서 실습교육으로 이뤄졌다.

한독경상학회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서 공부하고 국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조직한 경제·경영학분야 학회다. <편집자 주>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통해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이른바 양보다 질을 즐겨 찾는 고객을 겨냥하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 것이 아우스빌둥이다.

 

독일 북부 해안 지역 로스톡에서 선박제조정비공 아우스빌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격증을 받아든 트레이니들. 출처: www.afz-rostock.de

 


아우스빌둥은 지속적으로 숙련된 인력을 기업에 공급했고 이들이 질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 독일 기업은 숙련인력이 필요할 경우 먼저 트레이니(학습노동자)를 채용해 3년 또는 3년6개월 동안 훈련수당을(월평균 939유로, 한화 127만원) 지급하면서 훈련시키고,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아우스빌둥 자격증을 준다. 기업은 이 자격증을 취득한 훈련생을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

◆ 직업원칙에 기반한 자격설계 = 직업자격은 학습노동자가 훈련기간 동안 배우고 익힌 직무능력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자격은 훈련과 노동시장을 연결하는 기반이므로 취득자의 성공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다. 즉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용이하고 채용된 기업에서의 고용유지율 또한 높다. 전통적으로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는 학습노동자의 학력은 중졸이고 아우스빌둥도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과정의 교육훈련이지만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일자리를 찾으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라잡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은 없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직종과 자격은 모두 326개다. 아우스빌둥 직종과 자격이 모두 철저히 직업원칙을 따른다. 직업원칙을 따른다는 것은 '훈련직종-자격종목-직업(노동시장)'이 내용적으로 잘 연계돼 있다는 의미다.

독일 노동시장에서 인력은 직종별로 이행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구직을 위해서는 직업에 따라 직업능력을 키우는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고 또 이와 연계된 직업자격증을 취득한다. 따라서 이 자격증이 없으면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다.

리사 단하우어씨는 포르쉐에서 3년째 제조기계공으로 아우스빌둥을 받고 있다. 사진 포르쉐


◆'숙련수요 조기 인식시스템' 구축 = 독일 노사정은 아우스빌둥이 지속적으로 현장성을 갖추도록 현장의 숙련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훈련기준 및 자격시험의 출제기준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자격의 종목을 신설한다. 3~5년 이후에 발생할 중기의 숙련수요를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 독일 노사정은 '숙련수요 조기 인식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으로 인해 빠른 기술변화로 소멸되는 직무, 새로 등장하는 직무, 그리고 통합되는 직무들이 빈번히 발생해 숙련수요 조기인식 시스템이 훨씬 더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다.

독일 아우스빌둥 자격은 산업현장에서 공신력이 높다. 산업계 대표인 직능단체(상공회의소 등)가 직접 자격검정을 시행하고 합격자에게 자격증을 발급한다. 독일에서는 모든 기업이 의무적으로 직능단체에 가입해야하므로 직능단체의 기업 대표성이 높다. 직능단체가 발급하는 자격이 현장에서 공신력이 높은 이유다.

◆단순 이론·실무능력만으로 합격 못해 = 독일에서 직업능력을 공인하는 자격은 현장 접근성이 높다. 예를 들어 독일 아우스빌둥 자격검정은 훈련과정에서 익힌 단순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응용능력, 즉 문제해결 능력 및 종합적인 분석능력도 평가한다. 따라서 학습노동자는 단편적 이론과 실기능력만으로는 자격검정에 합격할 수 없다.

한 예로 은행원 자격시험의 경우 은행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고객과의 상담기술을 통해 전문적 능력을 테스트하고, 고객과의 소통능력을 통해 사회성 그리고 고객상담 이후의 조치를 통해 자율성을 테스트한다. 이를 위해 시험평가자가 고객이 돼 응시생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 노사 파트너십 기반한 보수 전략 = 독일의 노사는 자격의 주요내용을 함께 결정하고 훈련을 통해 기능을 향상하고 자격을 취득한 사람의 보상(보수)을 결정한다. 아우스빌둥으로 자격을 취득하면 노사는 단체협상에서 그에 걸맞은 높은 임금을 받도록 규정한다. 자격은 기업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숙련도를 높이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임금수준을 높이므로 노사가 공히 높은 관심을 갖는다.

나아가 독일 노사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파트너십을 발휘한다. 기업은 작업현장의 혁신, 직무 고도화, 고품질 생산 등으로 생산과 서비스 현장에서 좋은 일자리 비중을 높여왔다. 노동자는 숙련도를 높이면 보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훈련에 참여한다.

독일 기업은 지속적으로 아우스빌둥 훈련과정을 제공하고 아우스빌둥을 통해 자격을 갖춘 양성된 숙련인력을 채용한다. 아울러 이에 걸맞은 좋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선순환을 이어간다. 독일 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는 수준 높은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과 그러한 기술적인 요구에 맞춰 자신의 수준을 높이는 노동자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이동임 박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가자격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이다.

독일도르트문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우리나라의 자격제도 및 인적자원개발, 독일의 직업훈련 및 자격제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