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감찰 중단' 주장 부인 … 재판준비기일서 기존입장 번복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법정에서 '유재수에 대한 감찰은 종료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 유재수에 대한 감찰중단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조국 수석이 감찰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박형철, '감찰중단 지시' 검찰서 진술 =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조 전 수석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조 전 수석과 공범으로 추가 기소된 정겸심 교수를 비롯해 이른바 '유재수 감찰무마사건'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조 전 장관 딸에게 장학금을 주었다가 뇌물죄로 기소된 부산의료원장 노환중 교수 등이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어 변호인이 대신 참석했다. 피고인 5명은 모두 변호인을 통해 검찰 기소내용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범으로 기소된 박형철 전 비서관이다. 그는 그동안 검찰조사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유재수에 대한 감찰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의 진술을 중요한 근거로 삼아, 조 전 수석을 감찰중단 지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 진술은 알려진 것과 달랐다.

◆박형철, 기소되자 입장 바꿨나 = 박 전 비서관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유재수에 대한) 감찰이 종료돼서 특감반의 사실관계 확인 및 후속조치 관련 권리행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며 "후속조치는 특감반 권리가 아니라 민정수석 권한에 속한다"고 밝혔다. '유재수에 대한 감찰중단은 없었다'는 조 전 수석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이날 조 전 수석 변호인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상시 예방하는 업무와 관련해 착수와 진행·종결은 민정수석의 권한이고, 민정수석으로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다"며 "(민정수석의) 권리행사가 적절한지 여부를 논의할 수는 있지만, 본인 권리를 행사한 것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은 종결됐고 △이는 민정수석의 권한이고 △후속조치로 기관통보를 한 것도 민정수석의 적법한 권한행사라는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의 진술 변경에 따라, 검찰이 '감찰중단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그가 왜 진술을 바꿨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 역시 직권남용으로 기소될 줄 몰랐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환중 "너무나 일방적 추측 기소" = 한편 조 전 수석 딸에게 장학금을 주었다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 원장 변호인은 "장학금 지급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줄곧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연속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정수석이 됐다고 이를 뇌물공여라고 하는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말이 안되고, 정황논리에 의해서도 증거가 없다"며 "(장학금 지급은) 대가관계나 직무관련성이 없고, 너무나 일방적 추측적인 기소"라고 말했다.

조 전 수석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4월 17일 오전 재판 준비기일을 속행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준비절차를 종결할 수 있도록 양측이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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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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