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공위해 7년 공든탑 무너진 국민들 심리적 충격

일본정부 '완만한 회복세'라는 경기판단 유지 어려울 듯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참사를 딛고 국가 부흥의 목표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정권은 이듬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재정적·행정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런 도쿄올림픽이 개막을 4개월 앞두고 연기 가능성이 커졌다.

안그래도 민간소비가 추락하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더해 올림픽까지 연기되면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심리도 악화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연기와 이에 따라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과제, 아베 정권의 개헌전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일본 경제에는 3가지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소비부진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생산과 소비의 동반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결정이 오는 7월24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의 연기다. 아베 총리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연기 가능성을 처음 인정했다.

도쿄 시민들이 23일 도쿄역 앞에 설치된 올림픽까지 남은 날짜와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단기 손실 7조원 넘어설 듯 = 도쿄올림픽 연기는 일본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당장 단기적 손실이 만만치 않다. 간사이대학 미야모토 가즈히로 명예교수는 단기적으로 6400억엔(7조36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예상했다. SMBC닛쿄증권은 6700억엔(7조705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추산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NHK와 인터뷰에서 "1년 연기로 인해 경기장 유지보수 및 유지와 인력운용, 선수 선발전 재개최 등에 6408억엔의 손실이 예상된다"이라고 밝혔다.

단기적 손실뿐만 아니라 경제전반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다이와총합연구소는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2020년 일본의 실질GDP 성장률이 최소 마이너스 1.1%에서 최대 마이너스 3.6%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코로나19가 3개월 정도 유행하고, 엔화가 큰 변동이 없으면 -1.1% 성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1년 정도 유행하면서 엔화가치가 달러당 5엔 가량 절상될 경우 -3.4%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최악의 경우 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 추가로 -0.2%p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경제 전문가인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올림픽과 관계없이 코로나19로 경기가 축소되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종식되면 올림픽을 열어 3분기 이후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삼으려고 했다"며 "이번 달에 5G를 개통하는 등 올림픽 특수로 경기를 살리려고 했던 계획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일본은 중앙정부와 도쿄도, 조직위원회 등이 올림픽 개최를 위해 모두 3조엔(약 34조45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주경기장 디자인 변경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예산투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과도한 비용의 지출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 끝이 보이나 = 일본은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이 들어선 이후 비교적 건실하게 성장해왔다. 2008년(-1.1%)과 2009년(-5.4%)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뒷걸음쳤다. 2010년에는 기저효과로 4.2% 깜짝 성장을 했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다시 마이너스 0.1%로 돌아섰다. 이듬해 아베 내각이 들어선 이후 일본경제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이른바 '3개의 화살'로 불리는 통화와 재정, 성장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일본은행을 통해 기준금리를 사실상 마이너스로 끌어내리고, 막대한 재정확대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일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2012년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1월 당시 모테기 도시미츠 경제산업상은 "(경기 상승이)전후 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2018년 동기에 비해서 연율로 환산하면 7.1%가 후퇴했다. 민간소비도 연율 환산시 -10.6%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소비세(부가가치세)를 8%에서 10%로 인상한 것이 민간소비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달 3일부터 10일까지 민간 경제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명이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2월에는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답변이 13명에 그쳤다. 29명 가운데 17명은 경기 정점이 2018년 10월이었다고 답했다. 2018년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일본의 수출과 생산이 정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UFJ서치앤컨설팅 고바야시 신이치로 연구위원은 "소비증세로 악화한 타이이밍에 코로나19감염증이 확산돼 경기는 후퇴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일본정부, 경기판단 '완만한 회복세' 유지할까 = 소비세 인상과 코로나19로 소비와 생산이 급감하는 가운데 도쿄올림픽 연기라는 메가톤급 결정이 내려지면 일본정부는 새로운 고민에 빠질 것을 보인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소비부진과 경제지표의 일부 후퇴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라는 입장을 지켜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내수주도의 완만한 경기회복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월례경제보고서'에서도 2018년 1월부터 '완만한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표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전망은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민간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3월 일본의 실질국내총생산은 전분기에 비해 연율로 2.8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직전의 조사여서 실제 경제상황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언론들은 전망했다.

NHK는 23일 보도에서 다음달 1일 일본은행이 발표하는 경기판단지표에서 큰 폭의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업경제관측조사 결과를 예상하는 민간 싱크탱크 등의 예측을 종합하면, 대기업 경기실사지수도 -7~-14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은 7년 만이라고 NHK는 전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 고다마 에이이치 수석연구위원은 NHK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리먼쇼크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것인지 전망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의 개최 연기는 경제에 마이너스 영향을 줄 것이고, 특히 심리적인 충격이 대단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과 일본경제 그리고 아베정권"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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