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산업 경쟁력 다지고 디지털화 재촉 … 연금개혁·정년연장 등 노동시장 개혁도 한축

일본정부, 올림픽·코로나19 대응 단기 재정투입 확대 …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도 나와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참사를 딛고 국가 부흥의 목표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정권은 이듬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재정적·행정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런 도쿄올림픽이 개막을 4개월을 앞두고 연기됐다.
안그래도 민간소비가 추락하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더해 올림픽까지 연기돼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심리도 악화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연기와 이에 따라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과제, 아베 정권의 개헌전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25일부터 차세대이동통신서비스인 5G 서비스를 개시한다. NTT도코모가 25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KDDI(26일)와 소프트뱅크(27일)가 잇따라 서비스를 시작한다. 일본정부가 도쿄올림픽에 맞춰 경제체질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준비했던 일정이다.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그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정부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연기 소식 전하는 일본 신문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5일 일본 도쿄도에서 판매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오후 전화 회담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기로 전격 합의했으며 IOC는 같은 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연기를 정식 승인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올림픽 연기, 경제 단기적 악재 =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일본경제에는 단기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유입을 노렸던 아베 정권의 계획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조업체의 조업중단 등 생산 차질로 인한 단기적 손실도 불가피하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0%, 연율로 환산하면 -4.0%의 역성장을 예상했다. 수출과 소비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경제전망은 결국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달렸다고 관측했다.

일본정부는 단기적으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언론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예산에서 지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차료 등에 530억엔(6100억원) 등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전국적인 휴교조치와 이에 따른 보육지원 및 생활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아동을 둔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쿄의 중심부 고급 맨션 등은 이미 1980년대 후반 버블경기 때 수준으로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올림픽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다. 다만 단기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일본정부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당장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올림픽경제를 1년 더 유지할 수 있고, 2025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등 국제대회 유치를 계기로 각종 건설투자도 예상돼 있다.

시마나카 유우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경기순환연구소장은 "1970년 이후 55년만에 오사카에서 박람회가 열리면 64년 도쿄올림픽과 70년 오사카 박람회로 이어진 경기순환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라며 "2022년 도쿄에 330미터 모리빌딩이 들어서고 도쿄역 인근 개발특수, 도쿄와 나고야간 새로운 신칸센 개통이 2027년 예정돼 있어 건설경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강국에서 디지털 강국 꿈꿔 = 일본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지만 디지털에서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올해 올림픽 개최에 맞춰 5G 개통과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 등을 추진했다. NTT도코모 등은 오는 25일부터 5G 서비스를 시작하고, 올해 6월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G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실험도 추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5일 도요타 자동차와 NTT가 스마트도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24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두 기업은 이를 위해 2000억엔(2조3000억원)을 상호 출자하기로 했다. 스마트도시는 5G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경제 전문가인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턱밑까지 따라온 기계와 장비산업 등에서 핵심장비나 부품의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며 "제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면서 미래의 먹거리로 5G 등을 활용해 기존의 산업을 디지털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8년 생산성향상특별조치법과 산업경쟁력 강화법 등을 개정해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생산성 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말 '새로운 경제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더딘 의사결정과 상명하복 등의 문화를 바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사카대학 야스다 요스케 교수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모두가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면 상급자를 중심으로 힘에 의해서 결론이 났다"면서 "앞으로 화상회의 등이 활성화되면 객관적 데이터가 의사결정에서 부각될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정부와 기업의 문화가 바뀌었듯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 기업들의 오래된 문화 등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도 일본의 생산성 향상에서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베정권은 최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고,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본형 고용관계와 문화를 바꾸기 위한 제도개선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아베 정권은 '1억 총활약사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고령자와 여성 등의 취업활동을 권장해 노동투입이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대부분 비정규직 등 노동의 질에서는 문제가 있다"면서 "일본정부는 정년연장 등을 통해 고령자의 노동시장 유입을 계속 촉진하면서도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의 유연화 등 기존 일본형 고용관계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도쿄올림픽과 일본경제 그리고 아베정권"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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