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유동성 위기’ 판단

6천억 외화채권도 대출전환

올해 만기 사채 1조2천억원

'양적완화' 소식에도 1,700선 내준 코스피 | 26일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선언과 미국 상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안 통과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52포인트(1.09%) 내린 1,686.24로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회의를 거쳐 1조원 대출을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지만 수출입은행이 최대 채권자라서 양측이 각각 4600 억원씩, 우리은행이 8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방식은 한도여신(크레딧 라인)으로 마이너스 통장처럼 계좌를 열어두고 두산중공업이 필요할 때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두산중공업은 26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차입신청과 계약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다. 두산중공업의 대주주인 ㈜두산이 두산중공업 보통주식과 보유 부동산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다. 정부가 대기업 지원과 관련해 고수했던 ‘선 자구노력, 후 지원’이라는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1조원 대출과는 별개로 두산중공업이 내달 막아야 하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해줄 예정이다. 해당 채권은 수출입은행이 지급보증을 한 사안으로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결국 수출입은행이 지급을 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5월 530억원의 외화사모사채 만기가 도래하고, 5000 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 최대 4000억원 수준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예상된다. 올해 상환해야 할 사채규모는 1조2400억원에 달한다.

한때 매출 7조7000억원(2012년), 순이익 4380억원(2013년)을 기록했던 두산중공업은 현재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당기순손실 125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8년 7107억원, 2019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됐던 원전·석탄발전 프로젝트들이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취소되며 수주대상이 급감했다. 취소된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 프로젝트 3개 사업규모는 약 7조~8조원에 이른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로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직격탄일 수밖에 없었다. 두산중공업 매출 중 원전비중은 약 20%지만 영업이익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이와함께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해외 발주량 감소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해외에서 진행 중인 화력발전소 등의 건설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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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이재호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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