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선·정차역 놓고 곳곳 갈등

"공약 재탕 … 희망고문" 비판도

4.15 총선이 시작됐다. 각 정당과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총선 민심에 영향을 미칠 지역별 이슈와 쟁점을 소개,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주>

4.15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교통공약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게 철도 노선 및 역사 유치 공약이다.

수도권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방에선 KTX 관련 공약이 봇물을 이룬다.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통호재로 지역표심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여야를 떠나 출마 지역간 노선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후보자간 공약실현 적임자라거나 '원조 공약자'라는 공방도 이어진다.

하지만 과거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 때 나온 공약을 재탕한다거나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을 남발해 '희망고문'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당 떠나 지역별로 입장 대립 = 경기도 과천의왕, 안양지역에선 GTX-C노선 정차역 유치경쟁이 뜨겁다. 안양동안갑에 출마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임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는 모두 'GTX-C노선 인덕원역 정차'를 공약했다. 현재 정부의 계획은 GTX-C노선이 정부과천청사역에 정차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를 인덕원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유동인구와 향후 환승 가능한 철도노선이 추가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인덕원역이 과천청사역보다 효용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천의왕지역에 출마한 총선후보들은 당연히 기존 '과천청사역' 정차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소영 민주당 과천의왕 후보는 여기에 '의왕역'을 추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공약 역시 다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역이 추가되면 급행철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에선 GTX-D 노선을 놓고 당을 떠나 출마지역별로 후보간 입장이 갈린다. GTX-D 노선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수도권 2·3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 차원에서 수도권 서부에 광역급행철도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구체적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종·청라·김포·부천 등 지자체들이 서로 자기지역에 노선을 유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선 후보들이 가세한 모양새다. 서구갑 후보들은 여야 구분 없이 청라국제도시에서 서울 강남을 연결하는 GTX-D 노선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서구을 후보들은 여야 모두 검단신도시를 경유하는 노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각 당별로도 서로 다른 공약을 내놓은 셈이다. 앞서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가 4월 총선 이후 공동으로 최적의 노선을 마련, 정부에 건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정치논리가 더해져 갈등을 부추기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GTX-B, C노선 연장 공약도 이슈다. 경기 동두천·연천에 출마한 서동욱 민주당 후보와 김성원 통합당 후보는 동두천까지 GTX-C노선 연장하겠다고 공약했고, 화성과 평택, 오산 등에 출마한 후보들도 각각 A와 C 노선을 자신들의 지역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충청권에선 KTX세종역이 총선 이슈로 떠올랐다. 지역간 이해상충 등으로 추진이 미뤄졌던 KTX세종역 설치에 대해 여야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KTX세종역 후보지(금남면)가 포함된 세종갑에 출마한 홍성국 민주당 후보와 김중로 통합당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구도심과 주변도시의 이해가 상충하더라도 KTX역사 건립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인근 청주 흥덕 선거구에 출마한 도종환 민주당 후보와 김양희 무소속 후보 등은 KTX세종역 신설에 대해 절대 불가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기존 오송역은 사실상 기능면에서는 반쪽짜리로 간이역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같은 공약 놓고 "내가 적임자" = 표절 공방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 출마한 김진태 통합당 후보와, 허 영 민주당 후보는 GTX-B노선 공약을 놓고 서로 표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가 출마기자회견 때 먼저 발표한 B노선 유치공약을 허 후보가 뒤늦게 제시했다고 주장한 반면 허 후보측은 이미 제작된 영상을 비전선포식 때 발표한 것이라며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경기 안산에서도 여야 후보들 사이에 GTX-C노선 안산 유치 공약을 놓고 표절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같은 공약을 놓고는 '누가 적임자'인지 선택해 달라며 경쟁한다.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이재영 민주당 후보와 윤영석 통합당 후보는 모두 KTX양산 물금역 정차 조기실현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집권당 국회의원의 이점을 활용해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했고, 현역의원인 윤 후보는 "그간 국토부 장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사전 정지작업을 상당부분 해놓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김두관 민주당 후보와 나동연 통합당 후보 역시 모두 부산 노포역~양산 웅상~울산 무거동 간 도시철도(경전철) 신설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힘있는 집권당 후보임을, 나 후보는 전임 시장으로 사업 핵심을 꿰뚫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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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김신일 차염진 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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