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저축성 보험 먼저

고금리 확정형은 놔둬야

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로 생업에 위협을 받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허리띠를 졸라매게 마련입니다. 당장 쓸 돈도 부족한 상황에서 매달 나가는 보험료는 부담이죠. 게다가 보험은 장기간 유지해야 하고 당장에는 큰 쓸모가 없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지면 보험 해약률도 올라갑니다.

실제 1월 말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2월 보험 해약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 3곳의 해지환급금이 지난해 2월 1조2249억원에서 올해 2월 1조4331억원으로 2082억원(17.0%) 증가했습니다. 1월에는 환급금 규모가 감소했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2월에 반등한 것입니다.

손해보험업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주요 손보사 5곳의 장기해약환급금은 지난해 2월 7382억원에서 올해 2월 9172억원으로, 1790억원(24.2%) 늘어났습니다. 3월 수치를 보면 지난해 8767억원에서 올해 1조1593억원으로 2829억원(32.2%)이나 더 증가했습니다.

보험연구원의 '2019년 보험가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생명보험 가입건수는 3.0건이었고 가구당 손해보험 가입건수는 가구당 3.5건이었습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하면 한 가구당 6~7건의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이죠. 한 집에서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해 있다 보니 가계 형편이 어려워지면 1~2건 정도는 해약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해약해서 보험료 부담도 줄이고 중도해지 환급금이라도 받고 싶은 거죠.

일단 보험을 중도에 해약하게 되면 손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원금 손실은 당연하고 나중에 다시 비슷한 보험을 가입하려고 해도 보험료가 오른다거나 건강상의 변화 등으로 가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약을 해야 한다면 무턱대고 아무 거나 해약해서는 안 됩니다. 해약하는 데도 순서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장성 보험보다는 일반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보험을 먼저 해약하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저축성 보험은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원금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입할 때 예상했던 금액보다 보험금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대신 실손의료보험이나 암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 해약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몸이 아프면 돈을 벌기가 어려운데 보험마저 없으면 치료비 부담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정말 웬만하면 해지를 하지 않는 게 좋은 보험도 있습니다. 과거 확정금리형 고이율 보장성 상품이나 2000년대 초 가입한 연금보험 같은 상품입니다. 이 보험들의 보장 이율이 저금리 시대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죠.

만약 몇달 정도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해지 대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나 중도인출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는 것으로 한달 후부터 원금을 갚아야 하고 대출이자도 내야 합니다. 중도인출은 원금을 상환할 필요는 없지만 2% 정도의 수수료 부담이 있고 나중에 받게 될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참고자료: '보험의 정석'(오세헌)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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