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차량기지 이전 두고 지역갈등 확산

님비시설 이전 한목소리, 대안은 "글세"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한 각 정당 후보들이 지역 내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시설 이전 문제 등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주민기피시설 이전 문제를 두고 인근지역과 갈등을 빚는가 하면 여야 후보들이 모두 같은 공약을 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서울 구로구 철도차량기지 이전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서울·경기·인천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 구로에 출마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는 20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차량기지를 이전하고 구로구를 골고루 잘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전 대상지가 위치한 경기 광명지역 후보들은 여야를 떠나 모두 소음 분진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반대한다며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야간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최근 총선후보 토론회에서 광명을 선거구의 김용태 통합당 후보가 "국토부가 양기대 민주당 후보의 시장 재임시절 의견을 들어 진행한 사업"이라고 지적하자 양 후보는 "당시 이언주 의원의 공약사항이라 고민하다가 5개 역 설치, 지하화 조건을 걸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는 최근 인천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9일 방송된 남동구갑 총선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맹성규 민주당 후보가 제2경인선 사업차질을 막기 위해 구로차량기지를 운연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남동을 선거구의 이원복 통합당 후보와 윤관석 민주당 후보가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제2경인선 사업은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을 기반으로 기획되고 추진된 사업"이라며 "차량기지의 운연동 이전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실현 가능성보다 여론에 편승한 공약" 비판도 = 인천에서는 오랜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문제와 소각장 추가건립 문제가 쟁점이다. 여야 후보들이 모두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와 청라소각장 증설 반대·폐쇄 공약을 내걸고 있다. 서구갑이 뜨겁다. 신동근 민주당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환경개선을 약속했다. 광역소각장인 청라소각장 증설을 반대하고 군·구별 소각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종진 통합당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수도권매립지가 헌법이 보장한 서구 주민들의 환경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서구을에서는 김교흥 민주당 후보와 이학재 통합당 후보 모두 청라소각장 폐쇄를 주장했다. 증설 반대를 넘어 폐쇄라는 공격적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여론에 편승한 주장을 공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계양을 선거구에 나선 여야 후보들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광역소각장 문제가 이슈가 됐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 윤형선 통합당 후보 모두 광역소각장 반대를 공약했다.

경기 안양에서도 '안양교도소 이전'에 야야 후보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재정 민주당 후보는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의 자치단체장들과 협력이 가능하다"며 임기 내 이전 확정을 약속했고, 심재철 통합당 후보는 "제동이 걸렸던 가칭 경기남부법조타운 조성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진 정치인의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후보는 "안양교도소 이전의 열쇠가 될 글로벌기업 애플의 R&D센터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했고, 문태환 민생당 후보는 "주민의 뜻에 맞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안양교도소에 대해 법무부가 이미 재건축하기로 했고, 의왕에 건설하려던 법조타운 계획도 한 차례 무산된 바 있어 공약이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곳곳서 소각장 건립·증설 쟁점 =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후보들은 장유소각장 증설·이전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정호 민주당 후보는 현 위치에 증설 찬성, 장기표 통합당 후보는 증설 재검토, 배주임 정의당 후보는 증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8일 MBC 방송토론에서 김 후보는 "장유소각장은 노후연한이 다 돼 철거·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객관적인 용역조사를 통해 괜찮다는 전제조건이라면 보다 노후화된 소각장을 첨단시설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동네 복판에 소각장이 있으면 희귀병 등 여러가지 건강을 해친다는 건 상식"이라며 "증설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부지를 선정해서 가야한다"고 말했다. 배 후보는 "동네 한복판에 증설하는 게 주민들을 위한 정치인가"라며 증설 자체에 반대했다. 김해시는 2001년 설치한 장유소각장을 현재 하루 처리용량 150톤에서 300톤으로 증설하는 현대화사업을 추진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충북 오창에서도 소각장 문제가 관심사다. 변재일 민주당 후보와 김수민 통합당 후보 모두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건립 저지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해법은 다르다. 변 후보는 소각장 저지를 위한 주민 소송지원과 대책으로 폐기물의 발생지 처리 원칙·처리용량 상한제 도입 등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행정소송을 통해 소각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가가 민간 소각시설을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폐기물 처리시설의 공공관리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역민심 흔들 총선이슈" 연재기사]

곽태영 김신일 차염진 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