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중심→상임위중심

"대화·타협정치 앞장"

4.15 총선이 끝난 직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사진)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우리가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 가는 문재인정부의 역량과 대한민국의 국격을 확인하자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더 겸손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무인 2차 추경과 입법현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야당에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도 했다.

경기 북부인 경기도 양주시에서 4선에 성공한 정 당선인은 인터뷰 내내 '겸손'과 '변화'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는 "180석을 얻은 민주당이 야당을 끌고 갈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안 된다"며 "180석이면 패스트트랙도 할 수 있겠다고 하지만 야당엔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있다. 100명이 극한 투쟁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이 좋게 보진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152석을 확보했던 2004년 17대 총선을 떠올리며 "의석이 150석 넘으면 세상을 다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180석 얻었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여당이 얻은 것은 지역구 기준으로 투표자의 절반 정도다. 비례대표 득표로 보면 훨씬 적다"며 "우리를 찍지 않은 사람들의 다수, 상당히 많은 국민들의 눈초리와 목소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총선의 지역구 투표에서 16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49.9%을 획득했고 84석을 얻은 미래통합당(41.5%)에 비해 8.4%p 높았다. 정당투표 득표율은 33.4%(더불어시민당)로 미래한국당(33.8%)보다 0.4%p 낮았다.

정 당선인은 내부 토론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 당이 과연 내부에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있는지 의심된다"면서 "(토론은) 다른 목소리로 인해 열린우리당때 너무 시끄럽고 분열해 실패했다는 트라우마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시끄럽게 해선 안 되겠지만 당내 토론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정 당선인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도부 중심주의'를 '상임위 중심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지도부의 결정에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각각 국가기관답게 독립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법안소위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열도록 한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규정의 취지에) 못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을 정략적으로 결부시켜서 지도부가 의원들의 족쇄를 채워놓으니까 상임위에 자율권이 없어졌다"면서 "지도부가 지시하면 올스톱 되는데 그것에 매여 있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당선인은 "일하는 국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4선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 중진으로 21대 첫 원내대표후보군에 올라있다. 보수적인 경기북부지역에서 62.6%의 득표율을 보였고 2위인 미래통합당 안기영 후보를 3만표 가까운 차이로 압승했다. 그는 "선전화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개헌은 다소 성급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21대 국회를 이끄는 사람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