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안검사 황교안’ 이후 극우화 심각

중도층·50대 등돌려 … 극우·노령층만 남아

“전국정당 생존하려면 민주당 수준 좌클릭”

미래통합당 후보 중 서울 강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권영세(용산) 후보는 통합당 참패의 제1원인으로 강경보수화를 꼽았다. 통합당 색깔이 태극기세력이나 극우 유튜버와 구분이 안될만큼 오른쪽으로 치닫는 바람에 온건우파와 중도층이 등돌렸다는 얘기다. 권 당선인은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김진태 의원이나 이언주 의원이 왜 떨어졌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너무 강경보수로 치달았다. 30·40대는 물론이고 50대 초중반까지 (통합당이) 공감대를 갖지 못했다. 우리 당의 노선을 중도우파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전례없는 4연패(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를 당했지만 “아직도 몰락이 다 끝난 게 아닌 것 같다”(김세연 의원)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론’에 빗대 통합당이 자칫 ‘20년 야당 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통합당에게 돌파구는 없는걸까.

통합당 안팎에서는 ‘통합당 노선 변경’을 제1과제로 꼽는다. 통합당 이념을 극우에서 중도우파로 ‘좌클릭’해야 한다는 것. 노선 변화를 통해 강경보수와 노령층에 갇힌 지지층을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 50대로 넓혀야 한다는 고민이다.

통합당은 박근혜정권에 이어 지난해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서 급속히 우경화됐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대표는 문재인정권을 겨냥해 ‘좌파독재’ ‘사회주의 경제’ ‘연방제 통일을 품었던 세력’이라며 냉전시대인 1980년대나 통했을 법한 색깔론을 퍼부었다.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태극기세력과 극우 유튜버와 손잡고 툭하면 장외로 나가 대여투쟁을 벌였다. 4.15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열린 20일 의원총회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사전투표 조작’이란 황당무계한 음모설이 버젓이 공론화된 것은 ‘극우 통합당’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우편향된 통합당은 30·40대, 중도층으로부터 환멸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나아가 과거 통합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50대와 온건우파조차 등돌리게 만들었다. 4.15 총선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50대는 민주당 후보(49.1%)를 통합당(41.9%)보다 더 많이 선택했다.

그들에게 통합당은 거리에서 태극기 들고 멸공이나 외치는 ‘1980년대 화석’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극우·60세 이상에 갇힌 통합당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선 과감한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보수 '20년 야당 위기' 돌파구는"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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