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80년대식 시장경제 만능론 · 대북 강경론만 고집

“민부론 뭔지 나도 몰라” “의원들 능력 부족한 탓” 자성

양극화 해소와 한반도 평화 해법 내놔야 수권정당 인정

미래통합당 혼란 계속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 수습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미래통합당이 혼란을 겪고 있다. 21일 국회 미래통합당 대회의실에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배경지 문구와 당 깃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과거 보수정당은 “경제와 안보만큼은 잘한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국민이 보수발 ‘권력형 비리’가 빈발하는데도 정권을 맡긴 이유다. 부패했지만 수권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4.15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코로나19 이후 닥쳐올 경제위기 대응을 민주당에게 맡겼다.

‘경제=보수’ 공식이 무너졌다. 유권자들은 “보수가 더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1970~80년대 산업화를 주도하고 한미동맹과 대북강경론을 바탕으로 안보를 지켜온 보수는 장기집권을 해왔다. 보수가 “경제와 안보만큼은 잘한다”는 ‘경제신화’ ‘안보신화’를 누린 덕분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경제신화’가 무너지면서 처음으로 정권을 뺏기기도 했지만 이명박·박근혜정권도 ‘경제신화’ ‘안보신화’를 바탕으로 출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정권과 통합당은 보수의 ‘경제신화’ ‘안보신화’를 이어갈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 황교안 체제는 △2030년까지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가구당 연소득 1억원 달성 △중산층 비율 70% 달성을 내건 ‘민부론’을 경제정책으로 내놨다. 12년전 이명박정권의 ‘747’과 판박이다. 문재인정권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만 쏟아낼 뿐 ‘어떻게 지속적 성장을 이끌지’ ‘어떻게 양극화를 해소할지’에 대한 답이 없다. 보수의 전매특허인 시장경제 만능론과 낙수효과만 강조한다. 통합당 경제정책이 얼마나 허접한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오락가락한 모습에서 새삼 확인됐다.

여권이 ‘소득 하위 70%·가구당 100만원’ 지급안을 내놓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다가 황 대표가 갑자기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주장했다. 보수 철학은 하위층만을 겨냥한 선별복지인데, 황 대표가 보편복지를 주장한 것. 총선이 끝나자 통합당은 선별복지로 돌아갔다.

보수는 안보정책에서도 과거 그대로다. 통합당 정강정책은 “북핵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안보태세 구축” “한미동맹은 여전히 핵심적 가치동맹”을 강조한다.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강경론이 만고불변의 안보정책인 것.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에서 전쟁 대신 평화를 불러올 고민과 대책은 찾기 어렵다.

당내에서도 부실한 정책능력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은 “민부론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영세(서울 용산) 당선인은 “긴급재난기금을 놓고 오락가락한 것은 평소 우리가 대안이 없었던 탓”이라고 말했다.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선인은 “과거 공천이 잘못되면서 능력이 부족한 의원들로 당이 채워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합당은 ‘경제신화’ ‘안보신화’를 되살려야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정책을 버리고 새 정책으로 변신해야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영세 당선인은 “통합당은 30·40대가 겪고 있는 현실적 경제문제를 풀 대책을 내놔야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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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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