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출신의 권위·수직·집중 '60대 리더십'이 문제

탈권위·수평·분산 '4차 산업혁명형 젊은 리더십'으로

"830으로 교체" "20·30대 대변해야" "50대 대선주자"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1일 "(황교안 전 대표는) 관료티가 그대로 묻어난다"며 "지금 같은 화법과 걸음걸이, 지금 같은 행동(은) 우선 보이는 자체가 20·30대 젊은이들하고는 거리가 아주 멀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황교안 리더십'을 비판했지만 사실 황 전 대표로 상징되는 통합당 리더십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다. 겉과 속 모두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진 '1980년대 화석'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위기는 시대를 못 따라가는 '구태 리더십'에서 시작됐다는 비판이다.

황교안, 당 대표 사퇴│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통합당 리더십은 △법조인, 고위공직자, 교수 출신 △권위·수직·집중·획일성 문화에 익숙 △50∼60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과거형'이라는 얘기다. 2007년 이명박정권 출범 이후 대표나 비대위원장에 오른 박희태→정몽준→안상수→홍준표→황우여→김무성→김희옥→이정현→인명진→홍준표→김병준→황교안까지 예외가 없었다. 11명(홍준표 재임) 가운데 6명이 판검사 출신이다. 거의 50∼60대였다. 박희태 전 대표는 취임 당시 70세였다.

황교안 전 대표는 '통합당 리더십'의 모든 문제점을 압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전 대표는 80년대식 색깔론에 집착했다. 문재인정권을 '좌파독재' '사회주의 경제'로 몰아세웠다. 툭하면 거리로 나가 태극기세력과 손잡고 대여투쟁을 일삼았다. 삭발과 단식을 했다. 과거 정치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중도층·젊은층과의 공감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63세인 황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아는 청년이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 그런데 아주 큰 기업들에 최종합격이 됐다"며 아들 자랑을 했다가 "젊은층과의 공감능력이 제로"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황 전 대표는 'n번방 호기심' 발언으로도 빈축을 샀다.

통합당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은 "당의 극우화와 무능력 낙인은 황교안 리더십 때문"이라며 "총선 민심은 통합당 지도부를 심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관계자는 "황 전 대표는 그동안 보수 리더십이 노출한 문제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공안검사 출신의 60대이고 권위주의와 극단주의, 이념정치 등 과거문화에 젖어있었다"고 지적했다.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선인은 "최근 4년 동안 외부인사를 영입한 비대위를 세차례나 겪은 건 그만큼 당내에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었다는 얘기"라며 "과거 공천을 잘못해 인재를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세월호 참사와 촛불, 탄핵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의 인식이 크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당 리더십은 과거 노선과 행태를 바꾸지 못했다"며 "현재 통합당에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인물 자체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의 인물난은 당 구원투수로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하는데서 재확인된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민정당 국회의원과 노태우정권 장관·청와대 수석을 지낸 80세 노정객이다. '여의도 차르'로 불릴만큼 권위주의와 수직적 리더십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를 부른 '통합당 리더십'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선택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하루빨리 과감하게 리더십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조해진 당선인은 "학계와 재계, 언론계, 법조계에는 실력과 애국심, 도덕성을 갖춘 보수인재들이 아직 많다"며 "당 밖에 있는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은 "40대도 이미 노쇠한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며 "가급적 30대 위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30(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세대로의 교체를 주장한 것.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20·30대를 대변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밖에서 자꾸 사람을 데려와봤자 국회 화장실 찾는데 1년 걸리기 마련"이라며 "당내에 청년 정치아카데미부터 만들어 인내심을 갖고 우리식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리더십 문제는) 당 노선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거쳐 원외와 청년, 전문가 등을 영입해 충분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탈권위와 수평, 분산, 다양성에 걸맞는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중용해야한다"며 "전국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50대를 설득하려면 대선주자부터 50대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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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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