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의원 분리 선출·자사주 규제 강화

"이사 충실 의무 '회사와 주주를 위해'로 상법에 명시해야"

금융투자업계는 이달 말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에 글로벌 증시에 비해 만년 저평가되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뤄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먼저 20대 국회에서 중단된 증권거래세 폐지와 펀드손익통산 등 과세선진화 방안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등 미완된 숙원 과제가 처리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규제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의원 분리 선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 등이 통과돼야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높아진 상법 개정 가능성 = 12일 증권가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요인은 기업지배구조 후진성이라며 주주의 비례이익보다 최대주주를 위해 움직이는 이사회를 지목했다. 이들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의원 분리 선출 등과 이사는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 선관의무를 다한다는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1대 국회에서 예측 가능한 기업지배구조 변화 중 하나로 집중투표제를 지목했다. 정부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채택하겠다고 예고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총 의석수 중 180석을 차지하면서 상법개정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한 180석까지 확보했기 때문에 여당이 의지만 갖고 있으면 집중투표제를 통과시키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이 조항에 대해 전 기업에서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도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최소 1인의 이사를 이사회에 보낼 수 있게 되고 이사회는 최대 주주만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의 비례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상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가 선임될 때 주주가 새 이사들의 수 만큼 투표권을 얻은 뒤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최 연구원은 "국내 주요 지주회사 가운데, 82%의 기업이 보유투자자산의 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등 특히 대주주의 지분율이 40%가 넘어가는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소액주주 비례 이익이 보호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견된다"며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이사회가 최대주주만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의 비례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의 정상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 비례적 이익 보호' 등 소주 주주 보호장치 필요 =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소액, 소주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과 이사 선관주의 의무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기업분할, 자진상장폐지, 지주회사 전환, 자사주 공개매수 등 주주의 이해가 엇갈리는 자본거래에 있어 모든 결정을 지배주주와 지배주주가 선임한 이사가 주도하고 있다. 거래의 가격은 유통시장의 시가에 100%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M&A 등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하는 거래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다만 지배주주들이 현행 상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전문가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은 차별없이 보호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를 위하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바꾸어야 하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미국에선 기업 인수합병에서 지배주주를 포함 소액주주들도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배주만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주주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주 비례적 이익 보호'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배주주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계열사 간의 M&A, 일정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 비지배주주 다수의 동의(MoM, Majority of Minority)를 받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가 우려되는 기업 행위에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의 동의를 얻게 하는 규정으로 상법에 도입하거나 거래소 상장규칙에 반영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총수일가의 황제경영이나 사익편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것보다 이 제도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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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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