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개 중 100개 안팎 통과 가능성 … 1만5천여 법안 폐기 수순

의원징계안 42건 모두 '없던 일'로 … 국민청원 160여건 휴지조각으로

의원실 비운 낙선·불출마 의원 168명 참석여부도 관심 집중

20대 국회 마지막 원포인트 본회의가 20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무더기 법안, 청원, 규칙 등 의안 폐기가 예상된다.

특히 이미 상임위를 통과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사위에서 잡혀 통과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법안이 무려 7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청원을 낸 167건도 폐기위기에 놓였다. 또 20대 국회의원들의 방이 모두 비워진 이후에 치러지는 본회의 표결을 위한 과반출석에 상당히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됐지만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은 법안이 116건이며 체계자구심사를 위한 제2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는 게 49건이다. 법안소위로 보내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한 계류법안은 23건이다.

국회 본회의장│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제안설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법사위에서 잡고 있는 타상임위 통과법안이 모두 188건인 셈이다. 이중 100건 정도가 마지막 원포인트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70여개가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이지만 최근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이 법사위로 올라가 있어 추가 논의를 거쳐 20~30개의 법안이 법사위 심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80여건 정도는 임기말 폐기되는 셈이다.

마지막 본회의 이후에는 법사위를 포함한 18개 상임위에 남아있는 1만5000건 이상의 법안이 한꺼번에 폐기될 전망이다. 현재 계류돼 있는 의안은 모두 1만5480개다. 의원들이 낸 법안 중 폐기될 위기에 놓인 게 1만4878건이고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에서도 383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예정이다. 여야 중진들이 내놓은 '일하는 국회법' 등은 총선이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낸 법률안 중 31.1%만 처리하고 68.9%를 폐기할 생각이다. 정부가 국정운영을 위해 제안한 법안 중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은 10개 중 7개꼴이며 3개는 전망이다.

◆의원 입법안 70% 폐기, 정부 입법안 70% 처리 = 이외에도 결의안 155개, 동의 13개, 규칙 5개, 선출안 1개, 주요동의안 1개. 개헌안 2개도 폐기 직전에 놓였다. 의원징계안 42건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없던 것'으로 만들 계획이다.

청원은 모두 207개가 들어왔으며 이중 167개가 계류돼 있다. 올 1월에 도입한 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 중에서는 7개 중 6개가 상임위에 상정됐으나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청원 외에는 모두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총선이후 '원포인트 본회의'를 해왔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동시에 폐기될 법안들 중에서 최소한의 것들은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18대 국회의원들은 마지막 본회의인 2012년 5월 2일에 66건의 법률안을 처리했다. 당시 192명이 나왔다. 개회 때는 182명이 참석했고 마칠 때는 153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친박계에서 대거 불러 모은 탓이다.

당시엔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비박계의 반대의견이 강했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었는데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선진화법은 야당과 친박계의 합작품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날 본회의는 원래 일정보다 3시간이나 늦은 오후 4시56분에 열렸다. 19대에서는 2016년 5월 19일에 열었다. 73건의 발의안이 들어왔다. 개의시간에는 213명이 참여했지만 속개 때는 164명, 산회때는 48명이 현장에 있었다.

◆복잡한 마음 오가는 마지막 회의 = 마지막 원포인트 본회의에 낙선한 의원 중 얼마나 나올 지가 관건이다.

20대 국회의원 의석 300개 중 21대 국회에서 살아남은 의원은 모두 122명에 그쳤다. 290명 중 168명이 의원직을 잃었다. 생존율이 40.1%에 지나지 않다. 초선의원이 151명으로 과반을 넘겼다. 나머지는 전직의원들이 꿰찼다.

20대 국회의원 중 당선인들이 모두 참여한다고 해도 290명 현 정원의 과반을 채우기 어렵다.

게다가 국회 사무처는 15일까지 국회의원실을 모두 비우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20대 의원실을 비우고 21대 의원들을 배치하기 위한 조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낙선한 의원들이 본회의에 나오고 싶을지 모르겠다"면서 "큰 쟁점이 없으면 잘 안 나오려고 할 것이고 올해는 더많이 바뀌어 정족수 채우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4월 중순 총선 직후 곧바로 임기를 끝내고 새로운 당선인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두달 정도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이달초에 당선인에 의해 선출된 신임 원내대표가 현 국회의원의 대표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다소 모호한 부분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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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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