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뒷받침으로 모험투자 활성화 … 장기·분산투자 촉진으로 국민자산 증식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금융투자업계는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인하 및 폐지에 대해 많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공제 등도 개선안에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거래세 유지 명분 약화 = 15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중 발표 예정인 중장기적 금융세제 개편에 대해 최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3월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에 '중장기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올 상반기까지 중장기적 금융세제 개편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에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간 조정방안과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를 포함한 중장기적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코스피와 코스닥 등 상장주식 거래세를 각각 0.10%와 0.25%로 0.05%p씩 인하했다. 코넥스 시장의 거래세율은 0.3%에서 0.1%로 0.2%p, 한국장외주식시장(K-OTC)는 0.30%에서 0.25%로 0.05%p 내렸다. 올해 4월부터는 비상장주식과 상장주식의 장외거래에 대한 거래세도 0.5%에서 0.45%로 0.05%p 인하됐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 과세체계는 손익과 관계없이 모든 주식 거래에 대해서 세금을 징수하는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소득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주주에 한해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는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안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투자손실에 대한 과세 논란과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라는 보편적인 조세원칙과도 위배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 과세범위 확대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유지할 명분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증권거래세의 기대효과도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모험자본 손실 이월공제 필요 = 우리나라 금융세제는 미국, 일본, 유렵 등 선진국과 달리 모험자본육성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의 제도적 한계와 손실이월공제의 불허용 때문이다.

국내 소득세법상 주식, 파생상품, 국외자산에 대한 양도소득금액은 포괄적으로 계산되지 않고 구분 계산되어 과세된다. 이러한 양도소득금액의 구분 계산 원칙에 따라, 주식, 파생상품, 국외자산의 처분에 따른 자본손실(결손금)은 다른 투자자산군의 양도소득과 합산되지 않는다.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포괄적 손익통산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자산운용에 있어 손익통산의 허용범위는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기준 대비 매우 협소하다.

손익통산 뿐 아니라 일본, 유럽, 미국 등이 허용하고 있는 손실의 이월공제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금융투자상품 자본손실을 다음 과세연도로 이월시키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해 과세연도 결손금 공제를 받기 위해 손실을 인위적으로 실현함으로써 장기투자를 저해하고 투자결정의 왜곡을 가져온다.

손실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현 과세체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자산증식을 위해 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한 장기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본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으면, 동일 기간의 장기 투자기간 동안 투자손익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과세연도별 손익의 등락이 큰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손실공제의 혜택을 적게 누리게 되어 과세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 국민자산증식에 있어서의 조세부담이 커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자본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음으로 인해, 투자자의 손실회피 성향에 따른 위험자산 과소투자가 고착화되면서 궁극적으로 장기 모험투자 및 혁신성장이 위축되는 문제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자는 투자 이후 몇 년간 손실이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모험자본은 투자이후 특정시점에 대규모 이익이 발생해 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메울 수 있는데, 이월공제가 안되면서 장기 모험투자나 혁신성장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금융투자상품간의 양도손익 통산의 확대와 이월공제 허용을 위한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은 먼저 이론적으로 금융투자상품 자본손익의 포괄적 통산은 순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소득세법상의 기본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손익통산절차가 통상적인 세액계산 절차인 이유도 이러한 소득세법의 기본원칙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실무적으로 투자운용에 있어 포괄적 손익통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난 경우에도 부분적으로 과세되는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손익통산이 당해 과세연도에 한하여 허용되기 때문에 주식 등의 양도소득이 발생되는 경우 오직 손실공제를 위해 손실 난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장기투자를 저해하고 투자결정을 왜곡하는 문제점도 해결한다. 무엇보다 정책적으로 혁신성장과 국민자산 증식이라는 국정과제에 부합하는 과세체계 개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자본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폭넓게 허용하면 혁신성장을 위한 모험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민자산 증식을 위한 장기투자ㆍ분산투자를 촉진하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투자 세제혜택 강화 =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시장 조세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회장은 지난 4일 발간된 한국거래소의 'KRX Market 봄호' 기고문에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과세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조세 중립성과 글로벌 스탠다드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며 "이로 인해 자본시장 투자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고, 혁신기업에 원활한 자금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상품에 따라 소득구분, 세율, 손익통산이 제각각 적용되지 않도록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주주 요건이 낮아지고 산정방식이 복잡해 발생하는 왜곡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펀드소득을 배당소득에서 양도소득으로 전환하고 실제 펀드소득을 기반으로 과세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또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여 안정적으로 자금이 유입될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주요 선진국은 금융상품에 대한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이미 도입했다. 일본은 주식·채권·펀드의 이자·배당·양도소득의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도 전체 양도손익은 통산하고, 이자·배당 등 일반소득은 연간 3000달러까지 통산을 허용하고 있다. 이월공제기간도 미국과 영국은 영구적으로, 일본은 3년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일찍부터 포괄적 손익통산체계를 구축하였고, 다양한 금융기법을 이용한 남용적 손실공제에 대한 실질과세 규정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제도는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체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국민자산 증식에 필요한 상장주식·채권·펀드에 대한 손익통산체계를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국내자산과 국외자산의 손익통산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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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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