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한 번꼴 열어 … "법 아닌 의지 문제"

언제든 상임위·소위 열 수 있지만 '외면' 받아

'일하는 국회법'이 없거나 미흡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법안심사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법안소위를 복수로 늘리고 법안심사를 소위별로 월 2회 이상 열라는 의무조항을 국회법에 넣어 놓고도 국회 스스로 지키지 않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일 국회 사무처가 내놓은 상임위별 법안심사현황을 종합한 결과 문희상표 '일하는 국회법'이 적용된 지난해 7월부터 매월 법안소위 개회 횟수는 큰 편차를 보였다. 정기국회 마지막 단계인 11월에 60번이나 열렸고 7월에 30번이 개최됐다. 8월과 9월에 각각 11번씩 개회됐다. 지난해 10월(5월)과 함께 올 2월(7회) 3월(8회) 4월(4회)에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국회 혁신자문위와 기념촬영 하는 문희상 국회의장 | 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심지연 국회혁신자문위원장 등 자문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으로 야당 차원에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올해 들어서는 총선을 준비하면서 법안심사가 뒷전에 밀린 듯 하다"면서 "정치는 정치대로 하고 법안심사는 그것대로 하도록 돼 있는데 법안심사가 정치일정에 얽매야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상시국회 가능한 국회법 =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법적 허점에서 찾긴 어렵다. 국회법은 상시국회를 가능토록 해놓고 있다. 국회법 49조 2에서는 상임위원장과 소위원장이 예측 가능한 국회 운영을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2시에 상임위를 열고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소위원회를 열도록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정하도록 했다. 지난 2019년 4월 16일에 만든 내용이다.

상임위원회는 의장이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위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 언제든 열 수 있다.

국회법 53조에서는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를 3월과 5월의 세 번째 월요일부터 한 주간 정례적으로 열도록 했다. 정보위는 같은 달에 월 1회 이상 열도록 했다. 정기회(9월 1일부터 100일간)와 임시회(2월 4월 6월 8월)때와 달리 폐회된 시기에도 상임위와 소위를 열도록 한 규정이다. 사실상 상시국회가 명문화돼 있는 셈이다.


문희상 의장의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해 4월에 통과되기도 했다. 각 상임위 소관 법안소위를 둘 이상 복수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소위를 매월 2회 이상 열도록 정례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같은 해 7월 17일부터 시행됐다. 상임위 운영규칙에는 각 상임위가 법안소위를 2개에서 4개까지 확대해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개회' 법제화 한다고 강행할 수 있을까 = 매월 빼놓지 않고 법안 소위를 연 상임위는 없었다. 올 1월에는 모든 상임위의 법안소위가 올스톱됐다. 여당 등 진보진영의 선거법과 사법개혁법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처리에 대한 반발이었다.

양당제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쪽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심사하거나 처리하기 어렵다. '자동 개회'를 법제화하더라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주요 정당이 반대하고 나설 경우에 과연 법안소위를 열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적 보완을 하더라도 현재와 똑같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법으로는 상임위나 법안소위를 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야의 합의 없이 '일방통행'을 감행할 경우엔 여론악화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입법 이외에도 지역구 활동, 현장의 목소리 청취 등 다양한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입법 심사 부실'이나 '회의 불참'을 이유로 징계하거나 세비를 큰 폭으로 줄이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현재도 청가나 결석계를 내지 않고 무단결석하는 경우엔 세비 중 일부인 특별활동비를 삭감하고 있다. 삭감금액이 많지 않지만 상징적인 세비삭감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국회법은 위반했을 경우 처벌규정이 없는 국회의원들간 합의 내용이므로 법적으로 강제하는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합의내용을 준수하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국회 운영상황을 공개해 국민과 여론의 감시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차기 총선에서의 투표나 의정평가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이것만은 바꾸자"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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