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장치 상실, 여야 극한 대립속 막말·소송 확대

38개 징계안, '상임위 미분류' … 심사 없이 폐기 임박

'유명무실' 윤리특위 관행 재정비 요구 목소리 높아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사라진지 11개월째다. 27년만에 윤리위를 비상설위원회로 전락시킨 후 1년 만에 아예 기능을 없애버린 국회는 거친 막말에 휩싸였고 패스트트랙 몸싸움을 벌였다. 여야간 대치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으며 맞고소는 '정치의 사법화'를 부추겼다.

국회 윤리특위는 1991년 5월31일 이후 27년만인 2018년 6월에 비상설 상임위원회로 전환됐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다가 한차례 연장한 후 곧바로 종료됐다.

패스트트랙 불기소 헌법소원심판 청구 | 지난 3월 18일 오전 민주당 이경 부대변인(가운데)이 최우식(오른쪽) 법률위 부위원장, 민원법률국 박규섭 국장과 함께 패스트트랙 불기소처분(기소유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1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들어온 의원 징계안은 모두 47건이었고 이중 5건이 처리됐다. 3건은 철회됐고 2건은 '징계요구 시한 경과'로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윤리특위가 아예 사라진 2019년 6월 이후에는 윤리특위 회부조차 할 수 없다. 접수한 이후 방치됐다. 당시 여야는 위원장 선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비상설윤리특위의 운영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아예 없애는 쪽을 선택했다. 상대 당이 위원장자리를 맡는 것보다 없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윤리특위 비상설화에 대해 "윤리특위 운영과정에서 비상설로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비상설특위로 전환되는 윤리특위가 기능은 달라지지 않지만 더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상설 전환은 결국 '폐지'로 이어졌다.

◆막말, 몸싸움 넘친 1년 = 윤리특위가 사라진 11개월 동안 거침없는 막말이 이어졌다. 신상진 의원은 "하루빨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감정을 받아라"고 했다.

성차별, 성희롱 가능성이 짙은 발언도 이어졌다. 같은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조국 후보자(장관)에 "더 이상 국민 우롱 말고 사무실의 꽃 보며 자위(自爲)나 하시라"는 논평을 냈고 정갑윤 의원은 미혼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그것(출산)까지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성중 의원은 최기영 과학정보기술통신부장관 후보자에 "아내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막말논란이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 "집에 가서 다른 일 하는 게 낫다"고 다그쳤다.

공직선거법, 사법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국면에서는 여야간 거친 몸싸움과 함께 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돼 결국 무더기 검찰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이 사이 징계요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솜방망이지만 '평판 리스크' 있어 = 윤리특위는 그동안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상설윤리특위가 만들어진 후 국회엔 279건의 징계안(의원자격심사 포함)이 제출됐고 실제 징계가 이뤄진 것은 4건에 그쳤다. 철회가 39건이었고 폐기가 46건이었다. 국회의원 임기 종료에 따라 같이 폐기된 게 188건에 달했다.

윤리특위 징계가 '솜방망이'로 전락한 이유는 윤리심사위원회가 무력화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국회법 46조에서는 '윤리특별위원회는 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의무규정을 두면서 "이 경우 윤리특별위원회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대에서는 의원자격심사를 뺀 의원징계안 47건 중 8건만을 심사대상에 올려 3건에 대한 징계의견을 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대엔 39건 중 25건에 대해 심사해 19건에 대해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단 1건의 징계의결에 그쳤다.

18대에도 54건중 14건만 심사대상에 올려 징계의견을 낸 3건 중 1건만 받아들여졌다.

윤리특위가 제 식구 감싸기로 '솜방망이' 역할을 해왔지만 징계대상에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평판리스크'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존재의 가치'는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리특위의 상설화와 비상설화, 폐지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모 재선 의원은 "징계대상에 올라가면 신경이 엄청 많이 쓰인다"면서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이 물어보기도 하고 준비하고 해명할 것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이것만은 바꾸자"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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