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폐기율 80%대

“청원소위 한 번도 안 열기도”

국민들의 목소리에 가까이 가겠다고 하면서도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어렵게 제출한 청원을 아예 논의하지 않거나 대규모로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에서도 167건이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2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13대 국회(1998~2002년)부터 19대 국회(2012~2016년)까지 들어온 청원은 모두 3328건이었고 이중 2002 건이 폐기됐다. 폐기율은 60.2%였다. 10개중 6개가 폐기되는 셈이다. 20 대 국회에 계류된 청원마저 폐기된다면 폐기율은 61.3%로 높아진다.

청원 폐기율은 13대 35.4%에서 14대엔 57.1%로 오르더니 15대와 16대엔 66.7%, 55.7%로 정체상태를 보였다. 17~19대는 70%대(17대 73.1%, 18대 74.6%, 19대 78.0%)로 껑충 뛰었고 20대엔 80.7%로 올라설 전망이다.

대규모 폐기와 함께 폐기율 상승에는 국회 상임위나 청원소위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서는 접수된 청원에 대해 위원회에 회부된 후 30일이 지나면 자동상정되도록 하고 회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는 단서조항을 만들어 심사기한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게 열어놨다.

자동상정과 관련해 ‘다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해 상정을 하지 않고 무작정 늦출 수 있게 했다. ‘다만 특별한 사유로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때에는 위원장은 의장에게 중간보고를 하고 6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만 심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심사기간을 두달 늦추는 빌미를 제공했다.

청원에 대한 국회의 무관심와 맞물려 국회 청원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16대에 765건에 달하던 청원건수는 매년 줄더니 20대엔 207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는 활동결과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회 상임위 가운데 기획재정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청원소위를 두고 있다”면서도 “20대 국회 기간 동안 청원소위가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은 위원회가 개최된 위원회보다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 이것만은 바꾸자"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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