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에서 밝혀 … 검찰 '증거은닉' 징역 10월 구형

"검찰과 내통 아니라, KBS법조팀 데스크에 검찰이 앉아"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이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이 절실하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김 차장은 22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살면서 돈 버는 것 외에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은 아무런 관심사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지난 수개월 직접 경험해본 지금 저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이 정말 중요한 과제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난 4월 28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게시판에 "KBS법조팀은 검찰과 내통하는 것이 아니라, KBS법조팀 데스크에 검찰이 앉아 있는 것이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은 4월 28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게시판에 글을 올려 "KBS법조팀은 검찰과 내통하는 것이 아니라, KBS법조팀 데스크에 검찰이 앉아 있는 것이더라"고 주장했다. 사진 KBS 홈페이지


◆"언론·검찰 바뀌는데 도움 되고파" = 김 차장은 지난해 8월 조 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의혹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던 시기, 정겸심 교수 지시로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동양대 교수실에서 쓰던 컴퓨터를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검찰수사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김 차장에게 은닉을 지시했고 김 차장이 따랐다고 보고 있다. 김 차장측이 첫공판에서 전반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인정한 바 있어, 두 번째 공판에서 결심을 하게 됐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 차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김 차장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단 한번도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 적이 없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언을 한다"고 언론개혁과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당사자로서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을 그냥 의미없이 흘려버리지 않고 언론과 검찰이 바뀌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비극 같았던 이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 "KBS, 사실관계 왜곡" = 김 차장의 발언 배경은 지난 4월 28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짐작할 수 있다.

조 전 장관 사모펀드 의혹이 터지고 KBS법조팀은 자산관리인인 김 차장을 인터뷰했다. KBS'뉴스9'은 지난해 9월11일 이중 일부내용만 선택해 부각시켜, 사모펀드투자가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24일 해당 보도에 대해 "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KBS측이 재심을 신청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KBS측의 의견진술을 들은 후, '사실관계를 왜곡해 객관성을 위반했다'면서도 징계수위를 '관련자에 대한 징계'에서 '주의'로 낮췄다.

김 차장은 방심위 결정 다음날인 4월 28일 "방심위를 방문해 직접 심의과정을 지켜봤다"며 KBS 관계자가 3가지를 거짓으로 답변했다고 글을 올렸다.

◆'최성해 언급했는데 안했다니...' = 김 차장은 "성 모 기자가 시청자조사위에서 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KBS는 자체 조사과정에서 단 한번도 저에게 면담을 요청하거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KBS 자체조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두 번째로 "방심위 회의에서는 최성해 총장 관련해 인터뷰 과정에서 어떠한 발언도 들은 바가 없고 그런 내용을 들었다면 기사화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었다고 반론을 했는데, 이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은 최 총장 관련 3가지 사실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최성해 총장이 정 교수 딸을 너무 맘에 들어 해서 며느리 삼고 싶어했는데, 정 교수 딸이 최 총장 아들을 너무 싫어했다. 김 차장은 "정말 유치하게 최 총장이 거기에 자존심이 상해서 지금 저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 총장이 동양대 교직원에게 강압적으로 기부금을 내게 했으며 영수증조차도 발행해주지 않아서 직원들이 불만이 많았다는 점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 부분을 이야기 했을 때 KBS 기자가 어디 게시판에서 그런 내용을 본 것 같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조 국 교수가 민정수석이 되고 최성해 총장이 양복을 맞춰주겠다고 집으로 쫓아왔다는 사실도 말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법조팀장이 정 모 기자에게 '어 이건 받아 적어야겠는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최성해 총장 아들과 정 교수 딸이 미팅을 했었던 사실과, 최 총장이 양복을 맞춰주겠다고 조국 교수집에 찾아갔던 것은 정경심 교수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KBS가 써달라고 해 의견서 써줘" = 김 차장은 KBS측의 세번째 거짓말에 대해 "작년 11월 20일 KBS에 제출한 '기자들 개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에 대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의견서를 들고 나와서 제가 작년 11월과 지금 입장이 바뀌었고 그것이 제 말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근거라고 (방심위에서) 주장했다"고 밝힌 뒤, "그 의견서는 KBS법조팀장이 간곡하게 써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들이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의견서 한 장만 써달라고 매우 다급하게 연락이 왔고, 정말 오랜 고민 끝에 개인들의 처벌보다는 조직의 변화를 원하는 입장에서 의견서를 써줬는데, 본인은 그런 의견서를 써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KBS법조팀이 검찰과 내통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더라"며 "어제 방심위에 참석한 KBS 관계자를 보며 제 주장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BS법조팀은 검찰과 내통하는 게 아니라, KBS법조팀 데스크에 검찰이 앉아 있는 것이더라"고 주장했다.

◆검찰조사내용 언론에 그대로 보도 = 김 차장은 검찰개혁 필요성과 관련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와 유튜브채널 '빨간아재' 운영자와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조 국 교수 자택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리하던 날, 조 전 장관이 귀가한 후 "집사람 도와줘 고맙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검찰은 그것을 '증거은닉을 도와줘 고맙다라고 인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언론도 이런 검찰해석을 그대로 보도했던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의 검찰조사과정에서 정경심 교수와 텔레그램 비밀대화를 나눈 내용을 검찰이 입수했는데, 그것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던 점도 지적했다.

또한 김 차장이 알릴레오와 인터뷰 후 검찰조사를 받고 "알릴레오와 인터뷰한 것을 후회한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빨간아재'는 22일 올린 영상에서 "김 차장이 알릴레오 인터뷰후 검사들이 화가 나 있었고 김 차장이 검찰조사 받으러 가 위축돼, 검사들한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정도였는데 그걸 검찰이 스스로 각색해 후회한다고 얘기한 것처럼 언론에 유포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 차장은 이날 최후진술에 앞선 피고인 신문에서 "정 교수는 법을 어기는 어떤 짓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고,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이 된 이후에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증언했다.

["[추적] '조국사태, 진실은'"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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