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보수실패 전철 답습"

"보수가치 완전 탈바꿈을"

김기현(사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58.48%의 득표율로 4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불거진 비리연루 의혹에 직격탄을 맞으며 위기를 겪었지만 2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여의도 귀환에 성공했다. 총선 직후에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2년 전 사건으로 지역선거 전체가 악영향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울산 의석수가 3석에서 5석으로 약진했다"며 "당시의 억울함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준 시민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불리한 지형 속에서 21대 국회를 맞은 통합당에 대해 "단기전이 아닌 중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석·명분은 물론 콘텐츠까지 우리가 가진 실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적 공감을 끌어가면서 실탄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여당에) 두드려 맞는 일만 남았다"며 "명분 있는 후퇴와 실력이 받쳐주는 전진을 거듭하며 버텨나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 "보스정치가 사라지면서 뿌리깊은 우파 인사가 고갈돼 있다"며 "계속 화두를 던지고 소용돌이를 일으켜 주자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본소득, 탈 이념 등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제기하고 있는 화두들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 당이 보수가치를 버리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가치를 완전히 탈바꿈하자는 데는 동의한다"며 "그동안 무엇이 국민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지 고민이 부족했던 만큼 김 위원장의 시도를 선해(좋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논의에 대해서도 "의미 있다"며 "선도적으로 이슈를 끌어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5일 단독으로 개원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예단하긴 어렵지만 여당이 통합당에 국정발목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국회의장 선출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이날 곧바로 국회의장 선출절차를 밟으면 여당 일방독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독주모드가 다음 대선때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권력의 칼날을 휘두를 때의 쾌감은 좀처럼 잊기 어렵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진 채 '원 보이스'로 모든 일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보수정권 10년 간의 실패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정당의 독주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당 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중앙당 제도 폐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1대 국회를 이끄는 사람들" 연재기사]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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