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접근성 높여야 … 출판법, 독서진흥법 개정도

코로나19가 사회의 많은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받던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근무하던 모습은 재택근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일상 속에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요. 내일신문은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형태의 책을 읽는지, 앞으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좀 있어 보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예전에 강조되던 '여가 생활 독서'는 이제 성립하지 않죠. 우리는 수많은 디지털 매체와 스크린에 포위돼 있습니다. 여가 시간에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나 다양해진 겁니다. 그렇지만 이는 출판계에 기회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출판 콘텐츠가 발견될 수 있게 한다면 새로운 독자 탄생의 길이 열릴 겁니다."

13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의 일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로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됐다. 장기적으로 예상은 했지만 한층 빨리 다가온 비대면 문화 속에서 독자들의 책 읽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백 대표를 통해 변화하는 책 읽는 문화와 함께 달라지는 문화 속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을 짚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사진 이의종


■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읽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책 읽는 능력은 있지만 읽지는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2명 중 1명은 읽지 않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책맹(冊盲)'의 증가에는 여러 배경과 원인이 있다. 수많은 디지털 매체와 스크린에 포위된 '엔(N) 스크린' 환경, 경제적 정신적으로 삶에 여유가 없어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악화된 생활 여건이 핵심 문제다.

독자는 줄고 있으나 다행히 '읽기'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매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 뉴스와 정보를 읽는다. 다만 종이책이나 전자책 읽기는 제한적이고 선택적 행위에 속한다. 책 읽는 습관이 없으면 접근성 높은 디지털 매체가 아무리 발달해도 독서 인구가 만들어지기는 힘들다. 오히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전자책을 읽고 오디오북을 듣는다. 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하이브리드 독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 이런 흐름이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네이버 등이 본격적으로 발동을 건 오디오북 서비스와 관련해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출판 콘텐츠를 앱으로 서비스해 인기를 얻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이를테면 출판사 창비에서 만든 월정액 구독 앱 '시요일'은 스마트폰 시대에 맞춤해 수만편의 시를 독자적 큐레이션으로 제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의 세계로 입문하고 새로운 독자로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출판 콘텐츠가 발견될 수 있도록 한다면 새로운 독자 탄생의 길은 열릴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성의 기반이듯이 모든 활동이 책과 연결되도록 접근성에 대해 고민하고 출판 콘텐츠들을 재구조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전자책을 유료로 이용하는 경우 구매 대여 정기구독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ISBN(국제표준도서번호)가 있는 전자책은 정가 판매 의무가 있으며 ISBN을 부착하지 않은 웹소설이나 단품 판매로 보기 어려운 대여 또는 월정액 정기구독 서비스에는 정가 판매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사실상 할인 판매 수단으로 둔갑한 대여나 정기구독 서비스 관련, 수익 배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저자와 출판사에 수익을 분배해야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 종이책 구매도 온라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역서점들이 어려운데.

온라인서점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오프라인서점은 축소되는 경향은 20년 동안 출판유통 시장의 흐름이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판매 경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온라인서점으로 판매가 더욱 집중됐다. 온·오프라인서점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인 중 하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받쳐주는' 도서정가제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15%의 직간접 할인을 인정하는데 이는 사실상 15%의 거품 가격을 만들고 있다. 또 민간 자율협약에 의해 추가로 카드사가 판매 가격의 15%까지 할인하도록 했다. 할인율이 없거나 낮은 오프라인서점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다.

■ 급변하는 출판계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출판과 독서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추동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법)과 독서문화진흥법(독서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 출판법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이 제정한 지역서점 진흥 조례의 근거 조항을 만들고 도서정가제 관련 민간 자율협약 내용을 법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독서진흥법에는 독서진흥 전담기관 등 보다 체계적인 독서진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절판 도서 등 데이터를 망라한 POD(주문형 인쇄출판) 시스템을 완비해 1000~2000억원의 시장 기회를 살려야 한다. 아울러 기업형 중고서점 취급 가능 도서를 발행 후 1년 또는 1년 반이 지난 도서로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신간 판매 시장이 활성화된다.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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