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사모펀드 관련 공모혐의 불인정 "대여 관계"

조국사태 첫 법원 판단 … 증거인멸 혐의는 유죄

조국사태와 관련한 사법부의 최초 판단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5촌조카 조범동(37)씨 1심 재판부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로 기소된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이라는 검찰 주장을 재판부는 '근거없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와 관련한 혐의 중 증거인멸 공모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또 다른 70여억원 횡령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5촌조카 조범동(37)씨 1심 재판부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로 기소된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이라는 검찰 주장을 재판부는 '근거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지난 달 11일 정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도덕적 비난 받을 수 있지만 횡령은 아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6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범동씨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조씨 재판이 주목받은 이유는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그와 공범으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기소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한 사모펀드 관련 공모혐의는 크게 두가지다. 정 교수가 동생과 함께 코링크PE에 총 10억원을 투자하고, 수익을 지급받기 위해 조씨와 허위 컨설팅계약을 맺고 총 1억5천만원을 횡령했다는 게 가장 큰 혐의다.

또 검찰은 정 교수 가족이 사모펀드에 14억만 출자하고도 출자약정금액을 100억원으로 신고했다며 조씨와 함께 정 교수를 자본시장법상 거짓 변경보고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가 조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로 한 것이라는 조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 교수도 자신의 재판에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조범동)과 정경심 사이에는 원금보장하고 수익기간의 이율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일종의 금전소비대차가 형성돼 대여로 보는 게 맞다"며 "세금을 줄이기 위해 형식적 계약을 맺고 돈을 받은 것은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횡령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는 '억지' 판단 = 재판부는 '거짓변경 보고' 관련한 조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링크PE의 대표이사인 이상훈씨가 (금융위원회) 보고의무자"라면서도 "조씨도 코링크의 실질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로 보고 관련 위반행위가 있다면 형사책임을 부담할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씨가) 이상훈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정경심으로부터 투자유치를 하고도 임직원을 통해 허위로 변경보고를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죄판결을 받은 사모펀드 관련 두가지 혐의는 정 교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서 똑같이 다투고 있는 사안이다. 정 교수측은 조씨 주장과 같이 횡령혐의 1억5천만원은 이자를 받은 것이라는 입장이고, 자신은 자본시장법상 보고의무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에 불과한 정 교수에게 '금융위 보고의무가 있다'는 검찰 주장은 더 이상 근거를 찾기 어렵게 됐다.

◆이봉직 등 공범 언급, 검찰 기소안해 =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했다는 시각에서 공소가 제기됐다"며 "피고인이 정경심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고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했다는 법적 증거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력형 비리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에 동생 이름이 적힌 자료가 외부에 드러나면 큰일난다'는 정 교수 말을 듣고, 이를 지우라고 한 증거인멸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 부분은 조씨가 스스로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자신의 재판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은 익성의 음극재 사업을 위해 (익성 회장) 이봉직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이봉직, (익성 부사장) 이창권과 함께 무자본 M&A 등을 통해 횡령 배임했고, 탈법적이고 부정한 방법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뿐만 아니라 이봉직 이창권도 사실상 투자없이 WFM을 매도해 무자본으로 인수했고 각종 명목으로 자금을 인출했다"며 "이는 사적 이익추구에 다름없고,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조씨의 유죄혐의가 상당부분 두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이봉직이나 이창권씨 등은 기소하지 않고 증인으로 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답변을 유도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두 사람의 범죄혐의를 언급함으로써 검찰의 불기소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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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오승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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