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으로 알아 … 검사가 징계한다고 해 불러주는대로 써"

재판부, 조교 재소환 유튜브 방송 인터뷰 내용 확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핵심 증인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 조서를 썼다고 증언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서울대 인권법센터 학술대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정 교수의 자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정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강압적 분위기에서 조서 썼다" =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 속행 공판에는 동양대 조교 김 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씨는 지난 3월 이미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한 유튜브 방송(빨간아재)에서 "검찰이 징계를 운운해 강압적 분위기에서 진술조서를 썼다"는 내용의 전화인터뷰를 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수사를 벌일 당시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서 있던 정 교수 컴퓨터를 임의 제출한 당사자다. 검찰은 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표창장 파일로 정 교수가 자녀의 표창장을 임의로 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컴퓨터는 정 교수의 범행을 증명할 주요 증거로 꼽혀왔다.

재판부는 김씨가 증인신문 때 하지 않은 내용을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하자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김씨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씨는 당시 압수수색이라고 생각하고 컴퓨터를 내줬다고 증언했다. 이 컴퓨터는 정 교수 소유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임의제출을 받거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임의제출 설명 없이 컴퓨터 소유자가 아닌 김씨의 서명을 받았다. 김씨는 또 "(검사가) 징계 준다고 해서 '나 이러다 징계 받겠구나'라고 생각해서 불러주는 대로 쓴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올해 2월까지 압수수색인 줄 알았다"면서 "교체된 검사가 '당신 영장 안 보지 않았느냐. 임의제출이었다'라고 이야기 해줘서 임의제출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진술서 기재내용 중 컴퓨터를 인수인계 받았다는 부분이나 임용되자마자 (휴게실 컴퓨터를) 확인했다는 부분 등은 진술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검찰이 불러줘 작성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또 "진술조서 작성과정에서 검사에게 임의제출 진술서 쓸 당시 무겁고 강압적이라고 했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재차 "맞는다"고 답했다.

◆'피의자 증인' 증언거부권 인정 = 재판부는 또 증인으로 소환에 불응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증인에서 제외했다. 한 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받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5월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불응했다. 이후 재판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고 다시 소환하자 변호사를 대동해 법정에 나왔다.

한 원장은 "검찰이 참고인으로 부른 뒤 피의자로 전환했고, 피의자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피의자 지위에서 법정 증언 후 공소제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 심기를 거스르면 너무 쉽게 피의자로 전환된다"며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증언을 하면 양심에 따라 숨김없이 증언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한 원장을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적이 없다"며 "처분할 사건도, 공소제기할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 교수는 "검찰이 나를 처음엔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다음엔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 원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결국 재판부는 한 원장을 증인에서 제외한 뒤 귀가시켰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피의자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가면 검사 의도에 따라 이후 신분이 달라진다"며 "검사 앞에서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듯, 법정에서 증언 거부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한인섭 교수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는 형사사법 절차와 관련된 법조인들이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수 "딸일 가능성 배제 못해" 감정 = 검찰은 인권법센터 학술대회에 정 교수 딸이 참석하지 않은 채 증명서를 발급 받은 것으로 의심한 반면, 정 교수측은 참석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 교수 측은 당시 학술대회 동영상을 제출했고, 동영상 속 등장인물 중 정 교수 자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관련 증인들은 엇갈린 진술을 했다.

당시 학술대회 참석자 중 한명은 정 교수 자녀를 학술대회에서 보지 못했고, 동영상 속 여성도 정 교수 자녀가 아니라고 증언했다. 반면 인권법센터 전 직원은 학술대회에 정 교수 자녀가 참석했다고 상반된 증언을 내놨다.

재판부는 동영상과 함께 정 교수딸의 사진을 함께 보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정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수사 때는 판별할 수 없다고 했던 것에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 사람이 조씨가 아니라고 한다면 조씨라고 주장해 다툴 이유가 있는지 살펴 달라"며 "그런 불리한 싸움을 저희가 왜 할지, 굉장히 악의적이다. 피고인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이라는 프레임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계속 (참석 여부가) 논점과 다툼이 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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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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