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모 등 응급장비 다루고 전문간호할 인력 부족 … "양성·동원체계 갖춰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는 상대적으로 '적은' 20∼30명대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1889년 러시아독감 발생 이후 2차 대유행이 빈발했던 감염병세계대유행 사례들이 5건이나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도 2차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중환자 중심의 적정한 진료체계를 갖춰 사망자를 줄이는 방역의료대책이 준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4시간 코로나19 진료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간호인력' 우선 확보가 강조되고 있다.

손편지 읽는 코로나19 간호사│지난달 24일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선별진료소의 간호사가 풍향초 학생들이 보내온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손편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김 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들 가운데 중환자로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들이 있었다"며 "부족한 중환자실 간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 중 중환자실에 근무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교육양성하고 유사시 중환자실로 배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혜선 여주대간호학과 교수는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간호인력배치기준을 마련해서 코로나19환자들의 사망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 유행 전망 속 사망자 줄이는 진료체계 필요 = 김 교수에 따르면, 1889년 발생한 러시아독감 발생 이후 세계대유행한 감염병 가운데 2차 대유행을 일으킨 호흡기감염병은 5사례가 있었다. 러시아독감(1889∼1892년), 스페인독감(1918∼1920년), 아시아독감(1957∼1958년), 사스(2002∼2003년), 신종인플루엔자(2009∼2010년) 등이다. 이 가운데 스페인독감은 1918년 6월말에서 7월초 사이 크게 유행했다가 4∼5개월 후 5배 가까이 감염자가 다시 늘었다. 이들 사례들은 거의 2년 가까이 장기간 유행하면서 대유행을 재차 경험했다.

현재 코로나19의 세계 확산 양산을 보면 최소 2년은 지속 될 것이며 그 기간 동안 재유행이 점쳐지고 있다.

'사망자를 줄이는 중환자진료체계를 구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교수에 따르면, 3월 대구지역 신천지교회 교인 등을 통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시기에 코로나19 중증환자 절반 정도가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다. 일반병실에서 치료받은 중증환자 사망률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환자에 비해 25% 더 높았다.

이 시기 병원유형별 코로나19 환자진료 적절성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 환자 중 최중증환자는 29%,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환자 중 중증환자는 39%,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중 중등도 환자는 63%로 나타났다. 환자의 중증도에 맞게 병원진료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필요한 간호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중환자 1명당 간호사가 2명이 필요하다. 일반 중환자 2∼3명을 간호사 1명이 돌보는 것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현장의 실정은 일반 중환자실 운영조차도 적정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7년 성인소아 중환자실 활동간호사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5318명으로 2.48병상 당 1명,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는 2784명으로 3.23병상 당 1명, 300∼499병상 종합병원에서는 1424명으로 4.20병상 당 1명으로 나타났다.

각 병원유형별 보건복지부의 강화된 지침 기준 중환자실 간호인력기준 2.0병상 당 1명, 2.0병상 당 1명, 2.5병상 당 1명과 비교해 보면 각각 1271명, 1717명, 967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셈이다.

24시간 중환자에게 적정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부족하면 중환자의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김 교수는 "지금도 부족한 중환자실 간호인력 상황을 고려하면, 3월 같은 사례 이상의 감염확산이 이뤄질 경우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볼 간호인력은 태부족일 수밖에 없다"며 "중환자실 근무 가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실 간호인력을 교육해 유사시 중환자실에 배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환자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 기준 마련 = 신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간호인력 배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간호사가 중증 감염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근무가 가능하고 에크모(심폐기능이상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나 인공호흡기 등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심폐질환 악성종양 만성신부전 등을 가진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일반인보다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본인의 기저질환과 다른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이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현재 대부분의 코로나19환자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간호를 제공하는 감염병동 간호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 교수는 "간호사들이 2시간이 지나면 숨쉬기도 힘든 방호복을 입고 몇 달 동안 휴일도 거의 없이 간호하고 있다"며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만 강조하지 말고 체계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인력을 확보해 이들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교대시간을 보장하고 감염병동 내에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휴가도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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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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