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해도 간호관리료 가산금 지급 '모순' … "코로나19시대 인력 확충은 시급한 과제"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간호서비스는 입원 환자의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다. 간호인력에 대한 의료기관 내 적정인력 이상 확보는 시장논리에 맡겨 놓을 수 없는 공적 사안이 된다. 이 때문에 의료법 상 간호사를 일정기준 이상 확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의 68% 이상은 법정 간호인력기준 이하인 3~4등급 이하다. 이들 병원은 법정기준 위반이다. 이에 환자 안전과 간호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력기준을 준수하도록 법적 강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은 "각 의료기관이 환자 대 간호사 비율에 맞는 적정 간호인력를 확보해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므로써 환자안전은 물론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며 "간호사 법정정원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 간호인력 미달은 간호사들이 가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5~6년이면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을 낳는다.

◆간호인력 수는 환자안전과 직결 = 의료기관 간호인력 법정 기준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의료인 등의 정원) 별표5에 규정돼 있다. 이 별표에는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의원 치과의원 모두 입원환자 대 간호사 비율을 2.5 : 1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5 : 1로, 요양병원은 6 : 1로 규정했다.

이런 규정은 환자안전과 진료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환자 대 간호사 배치 비율이 환자안전과 환자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한국을 방문한 간호정책 관련 세계적 석학인 Linda Aiken은 "한국의 경우 간호사에게 환자 1명이 추가될 때 마다 환자사망률이 5% 증가하고, 간호사가 10% 증가할 때 환자사망률 9%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미국 내 51개 병원 1만50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간호사 인력배치 수준이 높을수록 병원 감염률이 68%까지 감소한다는 연구(메디컬 케어, 2007)도 있었다.

코로나19 간호노동 실태 증언│5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의료현장 증언을 통한 교훈-2차 확산대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중환자실 치료를 담당했던 김수련 간호사(맨 왼쪽)가 의료 현장에서의 간호 노동의 현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그런데 간호인력 법정기준에도 불구하고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간호 3~4등급 이하는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그 인력기준을 준수하고 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의 절대다수는 법정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곽 부회장은 "의료법 상 법정필수 간호인력 기준이 지켜지지 않아도 어떤 행정처분도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OECD국가 중 인구 당 간호사가 가장 적은 국가에 속하는 불명예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법정기준 미준수의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간호사들은 인력부족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고 병원은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병원간 경쟁이 격화되는 속에서 중소병원들은 비용절감측면에서 연차가 쌓인 경력간호사를 채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이 때문에 신규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으로 대체하는 채용행태로 이어지게 된다. 신규간호사와 비정규직 간호사로 채운 병원의 간호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혜선 여주대 간호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하면 입원환자 5인 이하의 의원급 병원의 경우 100%를 간호조무사로 채용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이와 같은 간호서비스 질 하락은 결국 환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 환자 중증도에 맞는 간호인력 배치기준 세워야 = 우리나라는 간호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의 간호사 고용 수준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을 수가에서 보상하는 간호등급차등제도를 2006년 5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각 병원은 보건복지부의 1~7등급 산정기준에 따라 간호사당 병상수 등을 자체 신고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간호사를 많이 고용하면 등급이 높아지고 등급이 높을수록 입원료 가산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그런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53.3%(2019년 기준)가 간호등급제 관련 간호사 현황을 신고조차 않았다. 상급종합 42개는 모두 신고를 했지만 종합병원 302개 중 34개(11.3%), 병원 1471개 중993개(63.4%)는 신고하지 않았다.

간호계에 따르면, 간호사 현황을 신고 안할 경우 등급 외 기관으로 분류돼 입원료의 5%를 삭감당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재정적 부담이 더 작아 삭감을 선택하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라고 한다.

이에 간호인력 법정기준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곽 부회장은 "행정처분 강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63조, 제64조에 따라 간호사 정원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보건당국은 시정명령 또는 업무정지 15일을 내릴 수 있다. 또 관리행정담당 간호사(간호관리자, 외래 근무간호사 등)를 제외하고 직접간호를 제공하는 실무인력만 법정인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곽 부회장은 "간호등급차등제가 병원에서 간호사를 채용하는 유인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입원료 내 간호관리료 보상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기관 종별, 진료과별 적정 간호인력 기준 마련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국 일본 등은 수술실 분만실 정신병동 내과병동 등 환자의 중증도 구분에 따라 최소한의 필요 간호사 배치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경우에는 중환자실 분만실, 일본 특정기능병원의 경우 환자 2명당 1명을 배치하고 있다.

신 교수는 "중환자실 응급실 일반병동 외래 등에서 수행하는 구체적인 간호업무의 강도와 간호행위별 소요시간 등을 고려한 환자 중증도 분류에 따라 인력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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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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