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중환자 배제하고 수익에 급급 … "간호사 확충 없는 병상수 확대 안돼"

중환자들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점차 경증환자 위주로 왜곡되면서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게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들은 간호인력 부족을 이유로 중환자를 배제하고 서비스 가산금만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상을 2년 이내 현재의 2배인 10만 병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가 간호인력 확충 노력없이 간호간병서비스 제공 시늉만 하고, 병상 수만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병동 모습. 사진 건강보험공단 제공


조정숙 대한간호협회 홍보위원장은 "입원환자에게 24시간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자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됐는데 참가 의료기관들이 중환자 대신 경증환자를 역선택함으로써 제도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서비스 제공 병상의 양적 확대에 매몰되지 말고 입원서비스 질 확보를 위해서 간호사 인력 확충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선 여주대 간호학과 교수는 "직·간접 간호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간호필요도가 높은 중증도 여부에 상응한 환자 분류를 먼저 갖추고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2022년까지 10만 통합서비스 병상 확대목표 = 복지부는 환자와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복지부는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간호사가 입원 병상의 전문 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함께 보조 역할을 수행해 환자가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고도 입원생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됐고, 2016년 4월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명칭이 바뀌면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올해 2월말 기준 참여 기관수는 537개이고 병상은 4만9958개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 10만병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이용환자의 만족도는 80%이상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이 경증환자라는 문제가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경증환자들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중증환자들이 24시간 이런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증환자가 간호간병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된 것은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배치기준과 제도 실태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수가만 의료기관에 챙겨주는 정부의 책임이라 주장이 설득을 얻고 있다.

신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업무위임과 역할분담의 모호성으로 인해 간병인이 하던 간병보조활동을 간호인력이 하게 되면서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간호업무에 일부 간병업무가 추가돼 버린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업무내용을 보면, 대개 직접간호업무에 속하는 활동이 36.9% 정도, 간호기록이나 직접간호업무 준비 등 간접간호업무가 54.3%, 병원직원으로서 간호업무가 8.9% 정도로 분류된다. 이런 간호사들의 업무형태에 간병업무까지 포함되다 보니 업무량이 많아 통합서비스 담당을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간호계는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다하지만 필수 간호인력 조차 구비하지 못해 요양시설화될 것을 우려한다.

간호인력이 적은 상황에서 인력을 더 뽑지 않고 경증환자 위주로 환자를 받아 상대적으로 쉽게 병동을 운영하고 서비스 가산료를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경증환자 위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운영된다.

조 홍보위원장은 "적은 간호인력으로 병동을 운영하면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를 낮추기 위해 간병이 불필요한 경증환자 위주의 병동을 운영해 정작 통합서비스가 필요한 중증·급성기 환자들은 배제돼 일반 병동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간호필요도에 맞는 병동입실 기준 마련 필요 =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행태는 적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간호사들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다.

환자의 관점에서 보면, 통합서비스를 시행하지 않는 간호2등급 병실에 입원하면 기본적인 간호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합서비스 병동의 경우에는 간병인도 없고, 간호사 추가인력이 더 투입되지 않았지만 1일 1만2000원 간병료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간병인을 쓰는 일반병동에서는 간병인이 환자 옆에 지켜고 있지만, 통합서비스 병동에서는 간호사가 약물투약 등 직접간호업무와 환자의 호출(벨)이 있을 경우 병실에 온다. 현행 간호1등급보다 더 많은 간호사를 배치해야 통합간호서비스 제도의 의미가 있다.

안 대표는 "24시간 옆을 지켜야 하는 중환자의 경우 현재 통합서비스로서는 양질의 간병을 제공하기 어렵다. 간호간병은 환자의 정서적 안정과 낙상미끄럼 방지 등 지근거리에서 돌봄이 중요하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련 통합서비스병동 입실과 중증도에 따른 인력배치 기준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신청만 하면 질병의 종류에 상관없이 통합간호병동 입실이 가능하게 돼 있다. 간호필요도가 다양한 환자를 병동 구분 없이 배치하면 체계적인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심지어 병원 측이 중증·급성기환자를 통합병동에서 배제시키는 곳도 있다.

신 교수는 "중증도가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팀체제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직무스트레스와 이직도가 높아지고, 업무 만족도가 낮아지게 돼 결국 그 피해를 환자들이 보게 된다"며 "중증도별 환자분류체계에 따른 적절한 인력배치와 입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2022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10만병상 확대 목표'로 양적 확대에만 치중해서는 통합서비스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 홍보위원장은 "주요 확대 대상의료기관이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급인데 이들 기관은 대부분 간호등급제 최저 등급이거나 간호채용인원을 신고조차 하지 않은 열악한 기관들"이라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인력 확충 병행, 제도 목적에 맞는 중증·급성기 환자 분류 도구 개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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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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