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감독규정에만 '취득원가' 인정, 지분 보유 가능

'집중위험 규제'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평가항목 변경

금융위, 삼성에 자발적 개선 요구 … "국회에서 결정해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자산의 '삼성전자 주식 편중' 문제가 국회에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로 복귀하면서 지속적인 쟁점화를 예고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의원은 삼성생명의 과도한 삼성전자 주식 보유를 사실상 허용해온 금융위원회를 질타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금융회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보험회사에 한해서만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으로 주식 평가액 산정을 취득원가로 하고 있다. 해당 규정으로 혜택을 보는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 뿐이다.

금융위는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고,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당시 "삼성전자 주식으로 쏠린 자산편중 리스크를 줄이는 게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이고 우리의 관심"이라며 "현실적 방안을 회사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찾아보라는 것이고 그런 방안을 국회 입법 때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개선안 제출)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지만 회사가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 "그 다음 단계는 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2년이 지났고 삼성측의 개선안은 나오지 않았다. 최 위원장의 후임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자산편중) 문제를 알고 삼성측이나 삼성생명 인사를 볼 때마다 그 문제를 지적했다"며 "자발적 개선 노력이 있는 것이 바람직해서 그런 부분을 계속 환기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금융위가 이 문제와 관련해 계속 '자발적으로 하세요'라고만 한다. 금융위가 경제위험 요소에 대해 자발적으로 하라고 말하는 단체이냐"며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는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서도 논란이 됐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비금융계열사의 위험이 금융회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금융그룹이 위험 상황을 견뎌내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집중위험이다.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보유 규모가 커서 집중위험을 산정할 경우 자본적정성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자본적정성이 떨어지면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당초 자본적정성 산정의 주요 요소인 중복자본, 전이위험, 집중위험을 각각 평가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지만 금융위는 전이위험 평가와 집중위험 평가를 통합한 '그룹위험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집중위험 평가로 삼성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지만 '그룹위험 평가'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의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9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보험업 감독규정 문제는 국회에서 보헙업법 개정을 통해 해결되고,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역시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다른 금융업권과는 달리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 등을 반영해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의 소유금액은 시가 등이 아닌 취득원가를 평가기준으로 적용해 산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보험회사가 보유하는 주식 등 유가증권의 현재 가치를 자산운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자산운용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삼성특혜 보험업 감독규정, 금융위 방치”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