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며칠 전 회사로부터 이번 여름 휴가비 지급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코로나19로 회사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의 휴가비 지급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명시적인 사규 등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 관행적으로 연차에 따라 일정 금액의 휴가비가 지급되어 왔다. B는 올해 여름휴가를 갈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력이 감소해 당장 B의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8월 무더위와 함께 직장인이라면 1년 중 가장 고대했을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코로나19와 긴 장마로 국내여행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휴가는 그 존재 자체로 1년간 열심히 노력해온 근로자들에게 위로일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등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연차나 법정 휴일과는 달리, 여름휴가는 각 사업체의 사규나 근로계약 내용, 관행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 뿐 반드시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름휴가의 경우 그 기간의 장단이나 시기, 지급조건 등은 사규나 근로계약 등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름휴가를 유급이 아닌 무급으로 하거나, 여름휴가에 연차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 통상적인 여름휴가 기간 대신 다른 기간에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 아예 여름휴가가 없는 경우 등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규나 근로계약 등에 정함 없이 관행적으로 지급되는 여름 휴가비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여름휴가 기간에 지급되는 휴가지원비나 보상비는 여름휴가가 의무가 아닌 만큼 반드시 지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임금에 해당하는 것 또한 아니다. 여름휴가를 보장하면서 여름 휴가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 또한 가능하다.

즉 아쉽지만 위 사례의 A와 B의 경우 사규나 근로계약상 여름휴가나 휴가비 지급에 대한 사항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휴가비 미지급이나 미뤄진 여름휴가에 대해 별도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사규나 근로계약 또는 오랜 관행에 따라 여름휴가가 존재하였고 그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휴가보상비를 지급해 온 경우라면, 여름휴가를 주거나 그에 갈음한 보상비를 지급해야 하며 만약 지급하지 않는 경우 임금체불이 될 수 있다. 또 관행적으로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어 오던 휴가비라면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례도 존재하므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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